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는 지난 18일 정부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일부개정안 등 총 31개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다음 회의로 전격 미뤘다. 정부가 제출한 전부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空約) 법안'이다.

향후 국회 일정은 행안위 법안심사 소위(24~25일)→행안위 전체 회의(26일)→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12월 9일)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안위는 19일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관련된 31개 법안만 따로 심의하는 '원포인트 집중 소위'를 30일 한 차례 더 열고 12월 초 전체 회의를 갖기로 했다. 30일 개정안의 연내 통과를 위한 '데드라인'인 셈이다. 행안위 법안소위는 지방자치법 개정안 심의를 연기한 이유로 노동조합 관련 해직공무원 등의 복직 등에 관한 특별법을 비롯, 인사혁신처 소관 법안에 대한 논의가 길어진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대통령의 공약이자 1988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 추진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심의가 연기된 진짜 이유가 아닐 것이라는 반응들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벌써 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집중 소위'에서 통과되더라도 이후 행안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일정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0대 국회의 행안위 마지막 법안소위가 관련 법안을 14개월여 계류시켰다 끝내 상정하지 않은 21대 국회의 데자뷰라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자율권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지방 4대 협의체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이 될 가능성만 더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관계자는 "연내 통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고 말한다. '특례시 인구 기준만 해소되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법안이 4년을 끌어온 데다,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한 열기가 높아졌다는 거다. 그러나 당내 일각은 주민자치회 설치 근거 등에 대한 이견조차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부정적 견해다.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도 법안처리를 서두르기보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라 연내 통과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한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