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발생땐 국제기구 판단 못 구해
개성공단 기업인들 등 곤란 겪기도
독일, 통일후 소송 222만건 사례도
"연구 담을 수 있는 '하드웨어' 제안"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시대는 필연적으로 다가올 미래다. 통일을 대비한 법제 통합을 넘어서 통일 전후를 위한 법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커지는 이유다.
통일부와 법무부, 법제처는 다가올 통일시대를 맞아 직접적으로 적용할 법제와 남북법제의 통합을 전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통일의 완성은 곧 법 제도의 통합이기 때문이다.
분야별 남북법제 연구에서 나아가 통일을 대비하고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법원, 즉 '통일법원'(2020년 11월 19일자 7면 보도=남북교류 법적갈등 해소 '통일법원' 커지는 목소리)을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혼란을 반면교사 삼고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통일 후 4년간 구토지소유재산에 관한 반환소송이 222만건에 달했다.
이들 소송은 구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 전환에 따른 사유재산의 몰수로 소유권 개념이 사라졌다가 통일 후 환원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향후 유사한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법원 설립에 힘이 실리는 또 다른 이유는 남과 북이 국제관계가 아닌 '특수관계'에 있어서다.
1991년 12월13일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 전문을 보면 '쌍방 사이의 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했다.
우리나라 법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3조(남한과 북한의 관계)에도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남한과 북한 간의 거래를 국가간 거래가 아닌 민족 내부의 거래로 본다고 적시했다.
통일을 함께 지향한다는 목적으로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와 법률이 남북 사이의 분쟁 발생시 국제기구에 판단을 구하지 못하게 하는 발목을 잡는 '난센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탓에 1차적으로 북한에서 사업을 했던 개성공단 기업인들과 금강산 관광지구 기업인들이 곤란을 겪고 있으며 국군 송환 포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수년째 공전을 거듭하다 최근에서야 판결이 났다.
이동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장은 "통일법원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우선 과제"라며 "통일법원의 구성, 설치 시점과 주체에 따라 대법원의 상위개념이 될지 독자적으로 특정 이슈나 사건, 특정지역을 관할하는 병렬적 법원으로 볼지를 다각적으로 논의해 기존 법제 통일 연구(소프트웨어)를 담을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원장은 "남북 통일 과정에서 우리는 동독과 서독의 통합보다도 훨씬 어려운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며 "다른 사회정치적인 측면보다 법원 제도적 측면에서 미리 대비하고 (통일이)현실화됐을 때 남과 북의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지, 누가 재판을 맡으며 판단을 할 것인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환기·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