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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인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구도심 주요 상권인 중구 신포동 일대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다.

부모님과 함께 새 옷을 사러 갈 때면 신포 문화의 거리를 찾곤 했다. 주말이면 쇼핑을 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였다. 상가 건물에 빼곡하게 자리 잡은 의류 브랜드 매장에 있는 옷과 신발은 어린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 손에 새 옷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찾은 신포 문화의 거리는 기억 속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예전만큼 사람이 북적이지도 않았고, 상가용 건물 1층 곳곳은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거나 비어 있었다. 활기가 넘치던 곳이 이제는 지역 주요 상권 중 가장 공실률이 높은 곳으로 바뀌었다.

십수 년 동안 거리를 지켜온 상인들은 신포동 상권이 점점 침체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고정 고객층이 되는 상주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브랜드 매장을 모두 둘러볼 수 있고 주차하기도 편한 복합쇼핑몰이 주변에 생기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였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 등 외부 손님까지 줄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경쟁력을 잃은 상권이 쇠퇴하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신포동 상권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신포동 상권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다른 상권과 차별화하는 게 필요하다.

신포동 상권은 개항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인천 주요 상권이다.

이 일대는 인천 개항이 시작된 곳으로 많은 역사를 담고 있다. 신포동 상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상권을 뒤늦게 따라가기보다 신포동 상권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구와 지역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어 신포동 상권이 다시 한 번 비상하길 바란다.

/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