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는 살고 싶습니다!" 한국GM 1차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가 한국GM 노조의 4차 부분파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 19일 부평공장에 내건 현수막 문구다. 절박함이 느껴진다. 이들은 별도의 호소문을 통해 "한국GM 노조의 부분파업이 11월 말까지 이어지면 2만2천3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일감이 준 협력업체는 직원 임금도 주지 못해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살려달라"는 절박한 호소였다.
그러나 협력업체들의 읍소도 소용 없었다. 한국GM 노조는 23일부터 25일까지 5차 부분파업에 들어갔고, 한국GM측은 철수설을 흘리며 양보 없이 대치하고 있다. 결국 인천시가 협력업체들의 피해 파악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 없다. 기본적으로 민간기업의 노사문제와 협력업체 피해구제에 개입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그건 최악의 경우고 반드시 피해야 할 상황이다. 노사의 극한 대립으로 한국GM이 경영불능 상태에 빠지면, 이는 단순히 협력업체의 문제로 그칠 사안이 아니라서다.
한국GM은 2018년 기습적인 군산공장 폐쇄로 전북경제를 공황 상태에 빠트렸다. 군산공장 노동자는 물론 1, 2, 3차 협력업체 임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고, 이들이 떠받치던 지역 내수시장도 붕괴됐다. 사태가 급박하자 산업은행은 한국GM에 8천억원을 지원하면서 부평공장 10년간 유지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한국GM은 세계 도처에 생산공장을 보유한 글로벌기업이다. 각 공장의 임금 대비 생산성을 감안해 생산물량 배정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타성에 젖은 노조 비판도 자제해야 하지만, 한국GM 노조도 이같은 경영여건을 감안해 노사협상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GM은 6년 누적 적자가 3조원대에 달하고 올해도 코로나19와 현재 진행 중인 부분파업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GM 본사에서 출구 전략을 짜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GM 본사가 노조 리스크를 한국 탈출의 명분으로 삼는 일이 없도록, 노조가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때다.
아울러 대기업 노조라면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운명공동체적인 연대 의식이 있어야 한다. 세번째 주인이 안 나설까봐 노심초사하는 쌍용자동차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사태는 반면교사이지 남의 일이 아니다.
[사설]한국GM 노조, 전략적 유연성 발휘할 때
입력 2020-11-23 20:31
수정 2020-11-2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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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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