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동물복지' 차원에서 수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동물의약품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3년 전 약사와 수의사 간 갈등 등으로 무산됐던 전례가 있어 이번 추진으로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 12일 수의사 또는 수산질병관리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동물용의약품 대상 확대를 중점에 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고시, 오는 2021년 11월 13일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고시에 따라 동물용 마취제와 호르몬제, 항생·항균제, 동물용 생물학제 제제(백신) 등은 수의사 또는 수산질병관리사의 처방을 받도록 했다.

이번 고시를 두고 수의사 단체는 약물 오·남용과 자가진료로 인한 부작용 등을 우려하면서 단계적으로 수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동물용의약품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2월 15일 의정부에서는 백신 자가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8년령 시츄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호자는 당일 동물병원 방문 후 약국에서 백신을 구매, 4종 종합백신(DHPPPi)와 코로나 백신, 켄넬코프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했는데 반려견은 접종 30여분 후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빠진 것이다.

A 동물병원장은 "자가접종 30여분 후부터 침 흘림을 시작으로 호흡부전이 생겼고, 의식을 잃은 채 급히 내원했다"며 "내원 시 이미 서맥, 저체온증을 보이면서 동공반사와 호흡 모두 거의 소실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경기도 수의사회는 "사람도 예방접종을 할 때 부작용 우려로 진단을 받고 진행한다"면서 "이번 고시로 최소한의 처방이 필요한 동물용의약품이 들어갔지만, 동물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보면 수의사 처방을 받는 동물용의약품이 단계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단법인 대한약사회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예방의약품인 동물용 백신을 처방대상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것은 동물병원에 백신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독점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커다란 치료비용 부담을 안겨 반려동물의 치료를 포기하거나 동물을 유기하는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려동물 보호자가 질병 예방을 위해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저지선인 피하 백신마저 처방대상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결정은 반려동물 보호자의 권익을 해치고 공익성 또한 결여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시를 발표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기견 농장이나 불법 강아지 공장 등에서 대량으로 약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등 관련 문제가 제기되온 바 있고 자가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도 있다"면서도 "이번 고시 이후 처방대상을 추가 확대하는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