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 안전장치 미비 '파악'
警, 목격자·CCTV없어 조사 난항
'성실한 20대 청년은 왜 죽어야 했을까'.
화성 A폐기물처리업체에서 20대 청년 노동자가 '끼임 사고(11월 26일자 7면 보도=화성 폐기물 업체 '끼임사고' 20대 노동자 숨져)'로 숨졌다.
기자가 둘러본 사고 현장은 청년에게 유일한 안전장치였던 기계를 덮는 아크릴판이 깨져있었고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만 가득했다. 소방당국과 업체는 끼임 사고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지만, 실제 현장에는 성인 가슴높이 정도의 난간과 아크릴판 외에 손잡이나 허리를 묶는 끈 등 다른 안전장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계 가까운 곳에 작동 버튼과 모니터가 있었지만, B씨가 사고를 당한 위치에서 손이 닿을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작업도 3인 1조로 진행됐는데 위치는 각자 떨어져 있어 사고 당시를 목격한 동료조차 없었다.
지난달 24일 오후 7시31분께 화성시 정남면 고지리에 있는 A폐기물처리업체에서 노동자 B(29)씨는 비산재와 용수를 섞어 반죽으로 처리하는 고형화 처리설비 혼합기에 끼여 숨졌다. 당시 B씨는 비산재와 용수가 적절하게 섞였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했는데 비산먼지 등이 흩날리기 일쑤였다.
작업장은 안전관리자도 지정됐지만, 당시엔 상주하지 않았다. 또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야간작업 중이었던 점을 고려해 작업 당시 조도가 적절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하지만 사고 현장은 폐쇄회로(CC)TV조차 없어 원인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성실한 아들이었다. 20대 청년이 하기에 무척 고된 일이었지만, 워낙 일을 잘해 회사동료들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유가족은 "원래 다른 업무를 맡았는데 새로 (사고 난) 설비가 생기면서 이동했다"고 말했다. 너무 힘들어 10월 말에 그만두려고 했지만 회사가 설득해 일을 더 하기로 했다.
B씨의 어머니는 "엄마여서가 아니라 정말 성실하고 부지런한 아이다. 일을 힘들어했지만 집에 돈도 보내줘야 했고 회사도 일을 잘해서 연봉도 올려주고 그랬다"며 "현장에 CCTV도 없다는데, 왜 아무도 사고현장을 보지 못했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결과 지병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업체 등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구속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