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초선 의원들이 어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일에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공언하고 나서는 등 민주당 초선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공수처법은 지난해 패스트트랙 통과 과정에서 보수야당의 극심한 반대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으나 집권여당의 수적 우세로 법이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지금도 공수처법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여야의 쟁점은 공수처장 후보를 정하기 위해서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에서 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얻은 후보 2명을 대통령에 추천하는 조항이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2명의 위원이 반대하면서 6명이 찬성하는 후보를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민주당이 아직 시행도 하지 않은 법안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법안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명분은 야당이 반대하는 공수처장 후보를 내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고, 이의 구체적 내용이 야당에게 비토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비토권은 야당이 동의하는 후보를 공수처장에 임명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제1야당의 의사를 무력화시키는 법 개정은 법 제정 당시의 여야 합의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구나 공수처 출범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검찰개혁의 상징이다.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 출범이 무리한 법개정으로 야당을 배제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면 검찰개혁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물론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7월에 출범했어야 한다.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결정에 합의하지 않기 때문에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여당으로서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야당의 거부권을 봉쇄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명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야당도 비토권을 남용하여 공수처 출범 자체를 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인내를 가지고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수적우세를 이용한 다수결 정치는 좋은 정치라고 할 수 없다. 야당도 여당 추천 후보에 대해 비토권 행사만이 능사라는 생각을 버리고 여당도 야당이 합의할 수 있는 성향의 후보를 추천한다면 여야 합의가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공수처법 개정은 여당의 입법 독재라는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 여야가 절충한다면 충분히 여야 합의의 공수처장 후보를 정할 수 있다. 여야의 정치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