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원생을 포함한 100여명이 집단식중독에 걸렸고 그중 약 15명은 용혈성요독증후군(일명 햄버거병)에 감염된 사실이 경인일보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우리 사회가 받은 충격은 컸다. 불결한 급식이 유치원생들을 위협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특정감사 결과를 보면 급식 사고가 안산 유치원 한 곳에 그친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경인일보 취재팀이 감사결과 지적사항을 모조리 살펴봤더니 도내 142개 사립유치원들이 2019년부터 올해까지 339건의 급식 부조리를 지적받았다. 적발된 유치원들은 식재료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 기본적인 식자재 검수도 외면하고 급식일지 작성도 안 했다. 무허가 업체가 식재료를 공급하기도 했다. 교육청과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급식지원비는 교직원 식대나 차량 유류비로 전용했다. 영양사 고용 의무를 회피하거나, 보일러실을 조리실로 개조한 유치원도 있었다. 햄버거병을 발생시킨 안산 유치원과 유사한 사고 가능 유치원이 산재해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도교육청 특정감사 결과에 바탕한 처분 조치는 사실상 전무한 점이다. 이유가 기막히다. 아직까지 문제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는 법령이 없어서다. 현행 학교급식법엔 유치원이 빠져있어 법적 처분이 불가능하다.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에서도 빠져있어 이 법에 의한 처벌 의뢰도 불가능하다. 다행히 법적 관리대상에 유치원을 포함시킨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시행은 내년 1월부터이고, 집단급식소에 유치원을 포함시킨 식품위생법 개정안도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로 인해 잠시라도 유치원생들의 식탁을 불안에 빠트린 행정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학교급식법과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해도 걱정은 남는다. 경기도에만 2천여개의 유치원이 있고, 사립유치원이 900여개를 넘는다. 현실적으로 이들 유치원에 대한 급식관리를 할 수 있는 행정인력이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관련 법령 사각지대를 해소해도 행정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육청과 지자체들이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태가 발생하면 발본색원을 강조하다가, 사태가 진정되면 온갖 구실을 내세워 현상을 유지하는 행정이 되풀이돼서는 절대 안 된다. 교육청과 지자체들은 개정 법률을 집행할 만반의 행정력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