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공론화 통해 결정한후 인센티브 줘야
주민에 믿음 주고 약속 지켜가는게 가장 중요
'합의실패' 주민탓 말고 설득 능력으로도 봐야
인천시가 지난달 12일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대비 친환경 자원환경시설 건립 기본계획안'을 공개하면서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신설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올랐다. 기본계획안을 보면, 영흥도가 자체 매립지 1순위 지역으로 추천됐다. 중구와 미추홀구가 함께 사용할 소각시설은 중구 남항 환경사업소 부지, 남동구와 동구의 소각시설은 남동구 음식물폐기물 사료화시설 부지에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강화군의 경우 강화읍 용정리 생활폐기물 적환장에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부평구와 계양구가 함께 쓸 소각시설 입지 등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인천시는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기본 추진 구상을 발표하면서 '친환경'이란 단어를 10여 차례나 썼다.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친환경 시설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문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명칭을 각각 '에코랜드', '자원순환센터'로 명명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해당 지역을 '예비후보지'라고 표현했으며, 주민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에서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위치·규모가 변경될 수 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대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문제가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발표문에는 인천시의 신중함이 묻어났다.
인천시도 해당 지역 주민들이 대체 매립지나 소각시설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인천시가 자체 매립지와 소각시설 예비후보지를 공식 발표하자 예상대로 해당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옹진군수는 영흥도 자체 매립지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약 1주일간 단식 농성을 했고, 영흥도 주민들은 자체 매립지 건설 계획을 철회해 달라며 인천시청 앞에서 장례식 퍼포먼스를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군수·구청장, 시장 등이 긴급당정회의를 열고 '매립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찾기로 했다. 자체 매립지는 충분한 협의와 공론화를 거쳐 최적지를 선정하고, 소각시설은 인천시 구상안과 군·구에서 제안한 안을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숙의과정을 거치기로 한 것인데,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걱정이 앞선다.
매립지와 소각시설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매연·분진·소음·악취 등 주거 환경에 악영향을 주거나 가스 누출 등 사고 위험이 큰 시설 또는 부동산 가격 하락의 요인이 되는 시설을 혐오시설로 본다. 지자체가 "친환경 시설로 조성하겠다"며 해당 주민들을 설득해 보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혐오시설이다. 주민들의 우려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화물주차장 입지 선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천시가 온라인 시민청원 답변을 통해 "화물주차장 검토의 최우선 기준은 주거 환경을 고려한 안전과 친환경적 추진"이라고 재차 밝혔지만, 해당 주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남항 인근에 중고차 물류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사업'도 주민 사이에서 찬반 갈등이 있다. 이 사업 역시 혐오시설과 친환경 시설이라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
자체 매립지, 소각시설, 화물차주차장, 중고차 물류 클러스터. 어느 곳에는 반드시 조성해야 할 시설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합의란 있을 수 없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입지와 시설 규모를 결정하고, 해당 지역·주민에게 적절한 혜택(인센티브)을 줘야 한다. 특히 이들 시설이 주거 환경을 악화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고,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입지 선정에 실패한다면, 주민만 탓할 것이 아니라 사업 주체의 갈등 해소 및 설득 능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