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까지… 본회의장 일촉즉발
野 "폭망의 길" vs 與 "신속 절차"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가뜩이나 경색됐던 여야 대치 국면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연내 출범을 위해 법 개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국민의힘은 법률에 마련됐던 최소한의 제어 장치마저 없애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5분의 3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종료에 이어 이날 임시국회까지 열어 의결한 것이다.
야당은 예상대로 본회의 시작 전부터 강하게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 거친 말싸움이 일어났다.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 도열해 공수처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던 국민의힘 의원들 쪽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내지른 "뻔뻔한 XX"라는 욕설이 발단이 됐다. 이 때문에 여야 의원 간에 팔을 잡고 몸통을 밀치는 등 가벼운 몸싸움까지 벌어지며 본회의장은 한때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야당의 반발은 본회의장 내는 물론 공수처법 처리 이후에도 계속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수처법이 처리되자 단체로 일어나 "문재인 독재자",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통과 직후 기자들과 만나 "참으로 참담하고 분노가 치솟는다"며 "민주당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여당은) 자신들의 비리를 덮고 집권 기반을 만들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부정과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지만 공수처법 개정안으로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은 폭망의 길로 시동을 걸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공수처장 임명 및 출범까지 신속한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 여야 관계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공수처가 가동되면, 권력층의 불법적 특권과 불합리한 관행이 사라지고, 공직 사회는 더욱 맑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입법이 이뤄진 만큼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공수처법에 이어 이날 국정원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다음 임시국회 지정 없이 국민의힘이 다시 필리버스터에 나서 무제한 의사진행 방해 발언에 들어갔다.
/정의종·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