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 공군 시설인 '알파탄약고'는 고덕국제화 계획지구 3단계 사업부지에 포함돼 공원으로 개발 예정이었다. 1950년대 중반부터 주한 미 공군이 점유했던 이 시설은 2008년 반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평택 미군기지 이전 계획과 함께 맞물리면서 대체 탄약고 건설이 늦어져 반환이 수차례 지연됐다. 이 때문에 고덕신도시 건설도 덩달아 늦어져 준공 시점이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이미 인근에 입주한 주민들은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관련법에 따라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고덕신도시 전체 부지 가운데 알파탄약고 주변에 계획된 5천여 가구의 공동주택과 이주자택지 등은 토목공사도 못한 채 덩그러니 남아있다. 문제는 이전이 미뤄지면서 인근 입주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 신설이 늦어지면서 10차선 대로를 건너 초등학교로 자녀들을 보내야 하는 위험도 감수하고 있다. 분양 당시에는 탄약고가 2017년에 이전하는 계획에 따라 학교 신설 문제가 해소된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탄약고 이전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만 보고 있는 셈이다.

평택시가 고덕신도시 준공 시점인 2025년까지 탄약고 부지 일부를 공원화한 뒤 기부채납을 받는 계획까지 세웠으나 예정대로 탄약고 이전과 공원 기부채납이 이뤄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대체 탄약고를 완공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 이전을 주한 미군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 이전 여부도 불투명하고 이마저 시기가 너무 늦다는 지적이다. 이미 수년 전에 마쳤어야 할 탄약고 이전이 늦어질수록 주민들만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탄약고 이전은 주민들과의 약속이었다. 신도시 안에 탄약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민들은 불안해 한다. 탄약고 이전이 계속 미뤄지면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평택시는 국방부 등 중앙부처와 탄약고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전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협조 차원의 건의도 했다. 하지만 건의로 끝내서는 안 될 중대사안이다. 탄약고의 적기 이전은 주민들과의 약속이고, 주민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물론 평택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