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여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있다. 2020.12.17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경기 남부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지목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가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판결 이후 윤씨는 앞으로는 모든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길 바란다는 심정을 밝혔다.

아울러 윤씨의 변호인단은 사법부의 사과를 환영한다면서도 불법 수사, 인권 침해를 한 수사기관의 잘못을 법적으로 규명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강조했다.

17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박정제)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윤씨는 "저 같은 사람이 다시는 안 나오길 바랄 뿐"이라면서 "모든 재판이 공정한 재판이 되길 바란다"고 짧게 소감을 전했다.

이날 재판부는 유죄 판결 당시 제시됐던 증거들의 객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증거 능력이 없으며 이 사건을 자백한 이춘재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높다면서 윤씨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또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법부를 대신해 사과했다.

윤씨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변호사는 "31년 만에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환영한다. 무엇보다 지난번 검찰이 구형할 때 사과했는데 (오늘도) 재판부가 사법부를 대신해 인권 최후 보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억울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사죄한다는 말씀 또한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고공판에서) 변호인단이 주장했던 사실 대부분이 받아들여져 수사경찰들의 가혹행위, 불법 체포 감금, 자백의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특히 국과수 방사선 동위원소 감정 결과가 증거로 사용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용됐다는 점, 현장 검증 당시 객관적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음에도 유죄 증거로 사용했던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 변호사는 사법 경찰들의 불법 수사, 인권 침해 수사가 인정됐고 사법 수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수사 지휘를 해야 할 검사조차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누가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는 법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비록 윤성여씨는 스스로 당시 여러 과오가 있었던 관련자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용서한다고 했지만, 법적으로는 그 사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판결 내용을 토대로 경찰과 검사의 불법 행위, 법원의 오판, 국과수 감정 등에 이르기까지 관여자들의 과오와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준영 변호사도 "이춘재의 자백이 재심에 힘이 되긴 했지만 당사자가 살아나왔기 때문에, 윤성여씨가 20년 옥살이를 버티고 나왔기 때문에 이런 희망을 볼 수 있었다"며 "윤성여씨 곁에서 함께한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재심과 무죄 판결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