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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31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17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소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성여씨가 검사와 악수하고 있다. 2020.12.17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이춘재 연쇄살인' 누명 사과 받아
재판부 "인권 최후보루 역할 못해"
불법체포·가혹행위 등 위법 인정

'경기남부 연쇄살인범' 이춘재 대신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89년 10월20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후 31년만의 명예회복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박정제)는 17일 오후 윤씨의 살인, 강간치사 혐의 재심 선고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재심 판결이 피고인에게 위로가 되고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법원은 경찰의 가혹행위에 따른 자백진술,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라는 이춘재의 구체적이고 객관적이며 합리성을 띤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 방사성동위원소 감정서의 신뢰할 수 없는 결과 등을 살펴봤을 때 피고인의 범행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당시 수사본부 소속 경찰관들이 1989년 7월25일 오후 7시30분께 피고인을 연행하면서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고지하지 않고 경찰관서로 데려간 것은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이후 자백을 받아내려고 잠을 자지 못하게 가혹행위를 한 점도 인정했다.

경찰과 검찰의 현장검증조서와 혈액형·형태학적 체모 감정결과도 윤씨를 범인으로 몰아가려는 데 쓰였으며,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감정결과도 오류와 모순이 있다고 짚었다.

이에 반해 이춘재의 자백은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객관적 증거와 일치하고 세부 묘사가 풍부할 뿐 아니라 자신이 하지 않은 범행을 허위로 자백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했다.

윤씨는 1988년 9월16일 새벽 화성군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을 강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00년 8월 징역 20년으로 감형을 받은 윤씨는 청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09년 8월 가석방 출소했다.

윤씨는 이춘재가 3건의 연쇄살인사건과 DNA가 일치한다며 찾아온 경찰에 경기남부 살인 12건, 청주 2건, 강간 15건, 강간미수 19건의 진범임을 자백하자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 관련기사 5면(윤성여씨 재심 '무죄 선고'…"모든 재판이 '공정한 재판' 되길 바란다")

/손성배·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