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추미애 법무장관과 여당 등의 집권세력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인물로 설정하고, 사실상 '찍어내기'의 수순을 밟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총장 정직 2개월의 징계가 마무리되고,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사임시기와 관계없이 이른바 추-윤 갈등과 징계절차는 일단락됐다. 앞으로도 윤 총장 징계 관련 쟁송 결과에 따라 정국의 향배를 예측할 수 없으나 이제 정치가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여권은 검찰개혁을 내세워 지지층의 결집을 공고화하는 이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윤 총장을 징계함으로써 정권 관련 수사 부담도 덜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둘러싼 여당의 무리한 법 개정과 이와 관련한 여야의 정치적 쟁투 앞에 민생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여야 모두 민생을 돌볼 시간이다. 내년 4월의 보궐선거를 의식하는 여야가 정책모드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코로나19 방역은 물론이고 경제와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국민의 삶의 증진에 천착해야 한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하고 경제성장의 축인 수출과 투자, 소비를 진작시켜서 경제를 회복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소비를 늘리고자 수립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확대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방안 등의 내용은 대부분 코로나 사태의 안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게다가 주로 중산층 이상에게 혜택이 이뤄지는 정책이다. 정책 우선 순위를 코로나 방역을 위한 백신 확보와 타격이 큰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내수 소비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성장률 3.2%는 한국은행 전망치인 3.0%보다 높고 이마저도 코로나 재확산이 겨울에 안정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여당이 민생에 전념해도 목표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정부와 여당이 검찰개혁 이슈를 가지고 지지자들을 결속시킬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 방역과 경제, 민생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 보수야당도 여당에 대한 비판으로만 정권 창출을 이룰 수는 없다. 제1야당이 수권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미래 세력으로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여야는 민생과 거리가 있는 정쟁을 멀리하고 절박한 코로나 위기와 민생을 다 잡기 위해 협력하고 타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