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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로 밤 9시 이후 도시가 사실상 '셧다운'인 상황에서 최근 인천에서만 10곳 넘는 홀덤펍이 새벽까지 영업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카드 게임을 하며 술까지 마실 수 있는 홀덤펍이 설마 새벽까지 운영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다.

직접 찾은 홀덤펍의 모습은 놀라웠다. 주요 번화가에 위치한 한 홀덤펍은 술집과 음식점 등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은 오후 9시 이후에도 실제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밤 9시 이후 일반음식점의 매장내 착석이 금지되자 규제를 피해 일반음식점을 포기하고 카드 게임만 하는 것이었다. '거리두기' 취지가 무색하게 매장 안에서 음식만 먹지 않으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편법이었다.

단속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오후 9시가 되자 직원이 손님들이 마시고 있던 음료를 모두 수거했다. 음식은 먹지 않더라도 테이블에 모여 게임을 하던 약 10명의 이용객 간 간격은 50㎝도 채 되지 않았고 게임을 주도하는 직원은 쉼 없이 말을 하며 카드와 칩을 돌렸다. 일부 이용객은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남동구에 이어 최근 서울 이태원까지 홀덤펍내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상황이었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거리두기는 '남의 일'인 듯 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뒤늦게 홀덤펍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천명 수준으로 발생하며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유흥주점과 노래방 등이 자치단체의 감시를 피해 영업을 하다 적발됐다는 언론 보도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정부의 방역 수칙에 협조하고 있지만 이런 꼼수 운영을 막지 못한다면 거리두기는 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거리두기 규제가 강해질수록 그 빈틈을 노리는 이들도 많아질 것이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고려하기에 앞서 지금의 '방역 구멍'부터 메우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