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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배 사회부 기자
수원의 한 요양원 시설장이 해임됐다. 늦깎이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4년 전 이 요양원에 부임한 그는 요양원에 붙어 있는 관사에 살면서 1년 365일 입소 노인들과 함께 했다.

노인들에게 혹시 응급상황이 발생하지 않을지, 코로나19 방역까지 전전긍긍하며 요양원을 꾸려 나갔다는 그에게 돌아온 것은 만장일치 해임이었다.

이 요양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의 이사회는 지난 5일 제64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시설장 해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회의록은 이사회 나흘 뒤인 9일 법인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해임 사유의 첫 번째는 대표이사에 대한 업무방해다. 대표이사가 양로원장실에서 몇 시간째 함께 있다는 등 문자를 직원과 공유하고 법인이사회 전, 요양원 종사자들이 이사회 당일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단체행동을 할 때 방조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이 법인 대표이사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피켓을 든 종사자들을 촬영했다.

시설장 해임은 이사회 안건으로 논의되기 전까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고 이사회가 끝난 뒤에도 해임안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시설장이 제안한 요양원내 수원시의 첫 치매전담실 설치 계획은 참석자 5명 만장일치 반대로 부결됐다.

4년간 함께 한 시설장을 임면권을 가진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잃게 된 종사자들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경기도청을 찾아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별다른 움직임도 없었다. 결국 시설장은 법원에 해임이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을 구할 계획이다. 경기도와 수원시 사회복지사협회는 시설 종사자들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충분한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고 무리하게 이뤄진 조치 아니냐며 공동 성명서를 냈다.

사회복지사 선서는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 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등과 함께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지역의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남 좋은 일 하다가 인간 존엄성을 빼앗겨버린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