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택배회사에 다니던 30대 노동자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3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롯데택배 수원권선 세종대리점 소속 기사 박모(34)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지난 7월 입사해 6개월째 일하고 있었다. 동료와 유족은 입사하자마자 추석 명절 특수기가 겹쳐 과도한 물량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대책위는 "건장한 체격이었던 박씨가 입사한 뒤 20㎏이나 체중이 감소했다고 한다"며 "배달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어 내년부터 일부를 다른 기사에게 넘기기로 했는데, 중도에 사망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고인이 일한 화성 소재 롯데터미널의 경우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지난주엔 분류작업을 오후 2시까지 하고 새벽 2시 넘어 출차를 한 뒤 350개가 넘는 물량을 배달하면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대리점이 고인의 사망 사실을 인지한 뒤 배달 물량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없으니 다른 기사들이 알아서 하라고 통보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대책위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될 생활물류서비스법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대치에 묻혔다"며 "국회는 정쟁을 중단하고 연내 반드시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로사로 의심되는 택배노동자의 사망은 올해 들어 16번째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도내에서 발생한 물류노동자 과로 사망에 이날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택배노동자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팽창하는 택배시장에서 회사는 수천억원의 이윤을 남기지만,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살기 위해 죽음의 노동을 하고 있다. 산재 사망은 자연재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