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사회서비스원 설립'은 돌봄 영역의 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돌봄 등 사회서비스를 공공(지자체)에서 직접 맡아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해 경기도·서울·대구·경남을 시범사업지역으로 지정했고, 올해 인천·광주·대전·세종·강원·충남을 추가 선정했다. 오는 2022년까지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는 지난 1월 재단법인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을 설립했다. 현재는 남양주·부천 종합재가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국·공립어린이집 등 수탁 업무의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제 기능을 하기 위해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뗀 단계이긴 하나,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은 운영상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종사자 처우 개선과 관련한 지적은 출범 당시부터 최근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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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사회서비스원의 실태와 올바른 자리잡기로의 방향진단' 긴급 토론회가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다. 2020.12.30 /화상회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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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발췌
#종사자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지난 29일 전국사회서비스원노동조합 경기지부와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여성네트워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주최로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의 실태와 올바른 자리잡기로의 방향진단' 긴급 토론회가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다.

이날 주제 발제에 나선 민소영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기도사회서비스원 종사자들의 60% 이상이 비정규직 신분임을 지적했다. 민 교수는 "직접고용 종사자는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적용받아 실질임금이 오르는 효과가 있지만 현재 경기도사회서비스원에 생활임금을 적용받는 종사자는 66명에 불과하다"며 "요양서비스직은 소수의 비정규직 월급제와 대다수 기본 근무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시급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직접고용 비율을 확대하는 과정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는 게 민 교수의 설명이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원의 각 종합재가센터를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종사자를 월급제와 시급제로 절반씩 채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각 센터가 수익 모델을 만들어 운영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을 담보하려면 공적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뒤따르는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서울시의 경우 수익 대비 170%의 인건비를 집행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 교수는 초기 재원 투자를 통한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는 "사회서비스원 사업의 목적은 직접고용과 처우 개선을 통한 일자리 안정성, 근무환경 개선으로 이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며 "종합재가센터의 안정화를 위해 초기 재정투입을 한 서울시처럼 공적 재원을 추가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차별화 된 사업들을 적극 발굴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동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송정현 전국사회서비스원노동조합 위원장도 "고용 불안정과 낮은 처우, 무급대기 등으로 자발적인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사회서비스원 사업이 그 취지에 맞게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고 민간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의 고용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공공성 담보한 사회서비스원법 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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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16일 국회 정문 앞에서 사회서비스원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0.12.16 /연합뉴스

아직 근거법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법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에 추가 예산을 확보하거나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민주당이 주도했던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설립 주체, 사업 범위 등 핵심 내용을 달리하는 '사회서비스 강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민의힘 측에서 발의해 근거법을 놓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발제에 나선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서비스원이 이미 전국 곳곳에서 출범해 운영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는 마당에 아직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이 상황을 이해할 길이 없다"며 "정부와 여당, 그리고 국회 어느 곳 하나 자신에게 부여된 소명을 다하지 않는 집단적 직무유기 상태에 다름 아니"라고 꼬집었다. 근거법에 '국공립 사회서비스시설 및 기관에 대한 우선 위탁'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 교수는 야당이 최근 발의한 법안에 대해 "사회서비스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사회서비스 시설과 기관의 운영을 통해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라며 "최근 야당이 국회에 제출한 사회서비스원 관련 법안의 경우 이 기능을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회서비스원법은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확충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도 명확히 강조해야 한다"며 "사회서비스원 설립 주체를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기초자치단체까지 확장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유철호 능실종합사회복지관 부장도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지침이나 조례에 근거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위탁기관의 사업을 보면 별도 지침이 없고 다른 위탁기관과 같은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공공성 강화를 위한 차별화된 지원 지침이 만들어지면 사회서비스원의 사업 영역과 역할이 구체화 되고, 사회서비스 질 향상과 안정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 내용과 관련해 경기도사회서비스원 측은 "경기도와 서울시의 정규직 비율로 단순 고용 안정성을 평가하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면서 "현재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되지 않아 제도적 한계가 있는 상황이지만 사회서비스원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