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401000090700003041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사회 고위계층의 부동산 투기가 손가락질받는 이유는 그 결실이 노동을 하지 않고 얻는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갑자기 닥친 경제 불황으로 폐업하고 계약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동안, 대다수 서민이 갖지 못한 여윳돈을 가지고 서류만으로 수억원씩 버는 부동산 투기는 다수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그 과정에서 탈·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큰 틀에서 사회 양극화에 일조한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을지재단 회장 부부가 의정부 을지대병원 주변에서 한 부동산 거래를 살펴보면서 이런 계약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재단에서 추진하는 사업부지 바로 앞에서 대표자 개인이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적절치 않다. 그것도 병원에 납품하는 회사와 땅을 사고팔다니.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전, 해당 거래가 재단 대표로서 과연 떳떳한 일이었는지 박 회장 부부에게 묻고 싶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이제 시작을 앞두고 있다. 오는 3월 개원을 시작으로 경기 북부 주민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무궁무진한 날들이 앞에 남아있다. 규모나 시설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경기 북부 의료체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박 회장 스스로도 의정부 병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설립자의 아들로 가업을 이어받은 뒤 박 회장이 주도적으로 이끈 첫 사업이어서 그런지, 현재 재단의 관심과 역량이 의정부에 집중돼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하고자 하는 역할만큼 재단 관계자들의 도덕적 기준도 높아지길 바란다. 국가 안보로 인한 희생과 함께 의료시설 부족으로 많은 불편을 겪어 온 경기북부 344만명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론 상대적 박탈감이 아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모습을 기대한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