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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경제부 기자
10년 전 이맘때 한 달 남짓 프랑스에 머물 기회가 있었다. 생경하기만 한 유럽 풍경에 설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바삐 지나가던 사람과 어깨를 부딪히며 '한국에 도착했구나'란 것을 새삼 느꼈다. 파리시민들은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라도 서로 몸을 맞닿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산업은행 고위직으로 일하던 외삼촌과 여행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식당에서 와인 한 잔(glass)을 시켜 마셨던 이야기를, 그때 느꼈던 여유를 얘기했다. 그러자 삼촌은 대뜸 "유럽 나라는 경제가 죽어서 와인도 한 잔씩 파는 거다. 한국처럼 성장하고 있는 국가는 병째 팔지 한 잔씩 팔지 않는다. 그건 여유가 아니라 국가 경제 성장이 끝났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세밑에 그때 기억을 자주 소환한다. 지난해는 '다이내믹 코리아'를 체감한 한 해였다. 1천400까지 붕괴한 코스피는 3천에 육박하더니 결국 3천에 도달했다. 아파트 가격은 유럽 여행을 다녀왔던 저 2011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지난해 아파트 매매차익으로 3억~4억원씩 쥔 사람들이 서넛은 된다. 안양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전, 전세를 끼고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구매한 친구는 "이제 결혼할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다.

전세, 매매, 땅값, 주식, 유가…. 안 오르는 가격을 찾는 게 힘든 시기가 됐다. 배달 앱을 켜도 최소 주문 금액은 1만4~1만5천원 이상, 떡볶이도 1만5천원을 주고 먹어야 하는 시대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정말 순식간에 세상이 다이내믹하게 변했다. 이 흐름에 탑승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은 그저 10년 전 삼촌의 말을 되새길 뿐이다.

흐름의 끝에 경험해보지 못한 양극화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앞선다. 종전까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양극화를 상징하는 말이었다면 마주하게 될 앞으로 세상엔 자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뉠 것이고 종전보다 깊고 큰 골이 그 사이에 존재할 것 같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