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의심하는 눈길 '낙인' 우려
입양부모 학대 0.3% 불구 강조돼
자격 강화법안 등장 비판 목소리
양부모의 학대 속에 숨진 '정인이 사건' 이후 학대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입양 가정에 낙인을 찍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이모(43)씨와 윤모(39)씨 부부는 지난 2017년 9월 딸을 입양했다.
윤씨는 대학 시절부터 아동양육시설 봉사를 하며 언젠가 부모 없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부부 목회자인 이들은 딸을 '우리 부부에게 주신 엄청난 선물이자 행복'이라고 했다. 양육하는 과정의 어려움보다 더 큰 행복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정인이 사건을 두고 '양부모가 입양아에 가한 학대'만 강조되는 시선이 불편하다. 입양은 가족을 이루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인데, 자칫 너무 어렵고 피해야 하는 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도 불편함을 느낀 이유다.
이씨는 "한 아이와 가족이 된다는 것은 분명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큰 축복이지만, 좋은 의도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도 분명 있다"며 "정인이 사건처럼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입양기관 봉사활동이나 위탁가정 경험을 한 뒤에 입양을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입양을 한 뒤 행복하게 사는 가정이 대부분인데, 정인이 사건 이후 갑자기 죄인이 된 것처럼 감시를 받는 압박을 느낀다"며 "정인이 사건은 (일반적인) 부모의 학대사건으로 봐야 한다. 입양에 초점을 맞추면 본질을 흐리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입양 부모의 학대 사례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상 전체 3만45건 중 84건(0.3%)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친부모가 1만7천324건(57.7%)으로 가장 많고, 한부모·미혼모(부)·재혼가정 등이 1만146건(33.8%)으로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이들 입양가족의 우려대로 정인이 사건 이후 입양 자격을 강화하자는 법안이 나왔다. 입양특례법에 '양자를 부양할 수 있는 정신 건강'을 신설하자는 개정안에 대해선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란 비판이 나왔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은 "입양 부모들은 이미 현행법에 따라 가정법원에서 지정한 전문 기관의 심리검사를 통과해야 한다"며 "입양은 죄가 없다. 문제는 아동학대"라고 지적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