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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배달공공앱 홍보 현수막. 2021.1.11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메뉴그림·검색창 배치 등 UI 닮아
개발사측 "차용한 바 없어" 부인

기업 위축 '구축효과'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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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경기도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특급'(1월11일자 1·3면 보도=[플랫폼 배달시장 흔드는 배달특급·(1)]'깃발꽂기' '수수료 장난' 없는 청정 서비스)은 기존 배달앱과 차별되지 않고, 민간이 개척한 시장을 침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1일 직접 구동해 본 배달특급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앱 모두 식당 이름 검색창이 처음 뜨고, 그 밑에 한식·중식·양식 등 업종별 식당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동일하다.

특히 각 메뉴를 그림으로 만들어 적용한 부분은 모방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똑 닮았다. 이뿐 아니라 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결제·주문 접수·배송 알림·리뷰 작성에 이르기까지 인터페이스가 똑같아 이름을 가리면 어느 앱을 구동하고 있는지도 헷갈릴 정도였다.

다른 점은 배민은 광고(오픈리스트, 울트라콜)를 신청한 업체가 상단에 뜨는 반면 배달특급은 거리상 가까운 업체 순으로 노출된다는 것. 배민은 제휴업체 할인혜택이 공지되고 배달특급은 지자체 소식이 공지된다는 정도였다.

기록적인 폭설을 기록한 지난 6~7일에는 배달 서비스가 지연된다는 안내 문구와 문구 노출 위치까지 거의 동일했다. 배달특급 이용자 강모(34·수원)씨는 "이 정도면 앱 개발시에 베꼈다고 말할 수준"이라면서 "민간도 아니고 공공에서 이렇게 대놓고 모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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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특급'의 첫 화면(좌측)과 배달 앱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의 첫 화면. 2021.1.11 /이여진 기자 aftershock@kyeongin.com

배달시장을 개척한 시장 지배자의 서비스를 따라가는 것이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민간업체의 UI까지 모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민간이 구축한 시장을 공공이 침범해 배달시장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대종(53)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도가 공공 배달앱을 만드는 방식으로 배달시장에 직접 진출하면 민간기업이 위축되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민간 배달앱의 독점이 문제라면 차라리 영세업체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안이 시장원리에 부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자 배달특급 앱을 개발한 NHN페이코 측은 "이 내용은 경기도주식회사에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경기도주식회사 측은 "배민이 시장 선도기업이고 유사하게 볼 수도 있지만 배달특급은 고유의 파란색과 아이콘 등을 디자인했다. 배달앱 특성상 기능 등이 비슷할 수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따라하거나 차용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