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연희단 서광일대표 공모로 우수학술상
'제물포 살기 좋아도~, 왜인 위세 못살겠네'
국내 최초 기록, 경기 자진아리랑 계통 밝혀
일제 언급 한국 노동운동 시발점 계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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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새해 벽두 인천 문화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제9회 국립국악원 학술상' 공모를 진행한 국립국악원은 심사를 마치고 얼마 전 최우수학술상과 우수학술상 수상자를 선정·발표했다. 인천의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서광일 대표가 '인천 아리랑의 최초 기록과 선율에 관한 연구'로 우수학술상을 받았다(1월7일자 17면 보도=국립국악원 학술상 최우수에 황보영·우수상에 서광일). 현재 단국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서광일 대표는 세 번째 학기의 소(小) 논문의 주제를 '인천 아리랑'으로 정했다. 그 결과물로 국립국악원 학술상에 응모해 수상자로 결정된 거였다.

서 대표는 논문에서 19세기 말 개화기 인천에서 불린 '인천 아리랑'의 최초 기록과 음악적 선율·곡조에 대해 규명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인천 아리랑'은 우리나라 최초로 기록된 아리랑이며, 음악적으론 '인천 아리랑'이 경기 '자진 아리랑(구조 아리랑)'의 계통임을 최초로 밝혀냈다. 우리나라에는 지역에 따라 가사와 리듬이 다른 아리랑이 50여 종류나 있다고 한다. 진도·밀양·정선 아리랑 등에 비춰 볼 때 인천 아리랑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서 대표의 논문은 지금까지 우리 문학과 음악 관계자들에 의해 학문적으로만 접근된 인천 아리랑을 연구·정리함으로써 세상에 가치와 의미를 알린 것이다.

서 대표가 인천 아리랑에 관심을 가진 건 2017년 10월 개봉한 영화 '대장 김창수'를 보면서란다. 인천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백범 김구가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철도 공사에 강제 동원돼 노역하는 장면이 영화에 나온다. "인천 제물포 살기 좋아도~, 왜인 위세로 못 살겠네." 수감자들이 곡괭이질을 하며 지친 몸을 달래고자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가 인천 아리랑이다. 영화를 연출한 이원태 감독은 영화 개봉 후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천 아리랑을 경인선 부설공사 장면에서 노동요로 쓰기 위해 고증에 공을 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가 끄집어낸 인천 아리랑을 역추적한 서 대표와 잔치마당 단원들은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 미국 감리교 선교사이자 교육자였던 호머 B. 헐버트(1863~1949) 박사가 1890년대 서양식 5선 악보에 채보한 아리랑들 중에서 인천 아리랑을 찾았다. 잔치마당은 이를 근간으로 3개 마당으로 구성된 '인천 아라리'를 공연했다.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아리랑은 1920년대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흥행하면서 알려지고 기록됐다. 영화로 흥행하기 전엔 민요를 경시하는 풍조로 인해 아리랑에 관심을 두고 가사를 기록한 조선 사람은 없었던 상황에서 헐버트 박사가 기록으로 남긴 거였다. 그에 앞서 1894년 5월 일본에서 발간된 '유우빈호우치신문'의 '조선의 유행요'와 그해 8월 일본에서 유학한 홍석현이 쓴 조선어 회화책인 '신찬 조선회화' 등에 실린 인천 아리랑이 연구자들에 의해 알려졌다. 서 대표는 이들 연구 자료들을 토대로 인천 아리랑이 우리나라 최초로 기록된 아리랑임을 논문에서 밝혔다.

인천 아리랑은 정서적으로 독특하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불린 아리랑들은 사랑하는 임의 배반과 그를 원망하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그 안에 설움과 한이 깃들어 있는 것이 기본적 서사다. 그러나, '인천 아리랑'은 일제(왜인)를 언급한다. 개항 이후 전국 팔도에서 품을 팔러 온 노동자들로 붐빈 인천의 사회상을 잘 드러낸다. 나아가 '한국 노동 운동의 시발점'인 인천의 역사를 뒷받침한다.

인천 아리랑은 시민의 지속적 관심으로 계승해 나가야 할 대상이다. 조사·연구 등의 학술 활동과 함께 시연을 통해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고, 관광자원으로의 활용까지 인천 아리랑은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릴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