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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2020.12.15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HAAH등과 협의체 지분매각 논의
산은, 단체협약 연장 '전제조건'에
업계선 'GM 반면교사 삼나' 해석
노동계 "대주주·정부가 지원해야
장기화땐 노동자 피해" 결단 촉구

쌍용자동차가 기업 회생을 신청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난 현재 지분 인수를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노동계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쌍용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쌍용차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을 한 쌍용차는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쌍용차 지분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 중이다.

논의에는 매각 대상 지분을 보유한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 공적 지원 여부를 결정할 산업은행도 참여하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의 채무를 재조정한 뒤 재산정된 가격에 인수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진다.

마힌드라와 HAAH 사이의 지분 인수 협상이 원만하게 끝나면 쌍용차는 기업회생 절차 없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얼마 전 산은이 내놓은 '선제조건'에서 확인된다. 산은 이동걸 회장은 지난 12일 "흑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체의 쟁의 행위를 중지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해주길 바란다"면서 "단체협약을 1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려서 계약해달라"고 지원의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산은이 지난 2018년 GM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018년 한국GM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할 때 노조가 동의를 하지 않아 법정관리 직전까지 갔고, 지난해에는 부분 파업까지 벌어지며 손실이 있었던 만큼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산은의 이런 요구가 쌍용차 지원을 위한 '명분 쌓기'란 해석도 있다. 쌍용차는 지난 2009년 이후 쟁의 행위가 일어나지 않은 무분규 사업장이어서 사실상 산은의 요구가 무리한 것인데, 결국 공적 자금으로 쌍용차를 지원하기 위한 명분으로 다소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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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2020.12.15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노동계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주주와 정부가 쌍용차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은이 제시한 노사 문제는 사태의 본질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주최로 열린 쌍용차 위기 진단 및 토론회에서 이문호 워크인 조직혁신연구소장은 "HAAH는 쌍용차 인수시 산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데 HAAH의 인수 방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산은으로서는 투자 명분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주체들이 조건만 내세우며 협상이 지체되고 있는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쌍용차는 회생하기 어려워지며 그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신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외투기업이)이익만 취하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면 철수하는 상황에서는 노사 관계가 좋아도 소용이 없다. 외투자본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노사정 대표와 전문가로 이뤄진 외투기업 대책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투기업의 수익 지향성을 억제해야만 장기적으로 쌍용차가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자리에서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의 경쟁력으로 보면 신차개발이나 수출 판매망 확보 지원만 뒷받침되면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쌍용차는 내부적으로 산은이 요구한 '흑자 전 쟁의 행위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 등의 조건을 놓고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