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는 2년 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블로그와 SNS 등에서 아이돌 가수를 소재로 한 음란물이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2019년 5월 7일자 9면 보도) 아이돌 연예인에 관심이 많은 10대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음란물인 '알페스'가 아무 제재 없이 유통되는 현실을 지적한 뒤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책은 나오지 않았고 알페스는 음지에서 활성화하며 진화했다. 이뿐 아니라 알페스 외에도 블로그·SNS·다음 카페 등 특정 온라인 공간에서 아이돌 가수의 음성을 편집한 음란물 파일인 일명 '섹테' 까지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다. 특히 호기심 차원의 공유를 넘어 상업적 매매와 주문제작까지 이뤄지고 있어 조직적인 범죄집단의 개입을 의심해야 할 지경이다.

'알페스'와 '섹테'는 인공지능 기술인 딥페이크를 활용해 실제 인물의 얼굴과 음성을 교묘하게 편집한 음란영상과 음성파일이다. 실제 인물의 얼굴과 음성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인격을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다. 일방적으로 유포될 경우 피해자가 입은 심리적, 물질적 피해를 복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청와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한 이유이다.

정치권에서도 사정기관의 강력한 수사를 촉구했다. 하태경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요즘것들연구소'는 알페스, 섹테와 같은 성착취물 제조자와 유포자 처벌을 위한 수사의뢰서를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제출했다. 하 의원은 "남자 아이돌 간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은 그대로 노출됐고, 구매자들은 '장인정신이다', '눈이 즐겁다', '대박이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며 "알페스나 섹테는 남녀 간의 젠더 갈등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이며 나아가 폭력과 범죄의 문제로 신종 성범죄를 일괄 소탕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눈치챈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유포자들은 범죄행위를 신속하게 지우고 있다. 언론 보도 이후 해당 SNS·블로그 게시자들이 서둘러 계정을 삭제하거나 폐쇄하고 있는 것이다. 신속한 수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소위 '쇼타물(남자아동을 성적 대상화한 만화)'을 비롯한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사례도 여럿 발견된 이상 철저하고 면밀한 수사를 통해 더 이상 온라인상에 이같은 범죄유형의 콘텐츠가 자리 잡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