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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진 경제부 기자
'모월 모일까지 주소를 이전하라'. 트럭에 이삿짐이 한가득 실렸다. 공무원이 결정하고 국민은 따랐다. 번듯한 도시에 살게 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거금을 들여 이사했는데 실상은 달랐다. 일자리는 없고 교통은 턱없이 불편했다. 게다가 투기꾼까지 몰려 집값이 최고 100배 올랐다. 투기를 없앤다며 정부가 높은 부동산세를 부과하자 빈민들은 순식간에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1971년 박정희 정부의 강제이주정책으로 불거진 광주 대단지사건의 전모다. 당시 정부는 서울 청계천과 용산 일대 판자촌 주민들을 경기도 광주(현재 성남)에 이주시키기 위해 분양권을 평당 2천원에 팔았다. 그러나 분양권 가격이 너무 저렴해 타 지역에서 유입된 '일반 입주자' 비중이 49%까지 높아지고 투기꾼도 끼어들었다. 투기를 잡기 위해 원분양가의 4~8배에 해당하는 토지대금을 일시불로 내게 하고 고액의 취득세까지 청구하자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결국 해방후 최초 빈민 투쟁이 발생했다.

현 정부는 50년 전 광주대단지 사건과 똑같은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집값을 잡는다며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대부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전월세가 오르자 이번엔 임대차 3법을 만들었다. 이후 내 집 마련에 목마른 서민들이 경기도 외곽의 싼집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은 도미노로 오르고 있다. 잘못된 정책으로 오른 집값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인상으로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사 목적으로 입주권을 산 1주택자도 취득세 중과세를 내야 하는 등 허점도 노출됐다. 실수요자 지갑은 얇아지고 정부 곳간은 두둑해질 것이다.

안정된 집에서 살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무리한 부동산 규제를 펼쳐 집값을 올리고 애꿎은 실수요자의 부동산 거래까지 옥죄는 이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전혀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일부 국민은 임대차 3법에 이어 종부세에도 위헌소송을 제기하면서 집단 반발에 나섰다. 정부가 국민의 절실한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이여진 경제부 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