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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격리 생활 임시시설로 임대해 11일간 격리생활을 한 서울 중구 퇴계로의 한 게스트 하우스 밖. 2021.1.27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음성 판정' 지침따라 격리키로
숙소없어 서울 게스트하우스로
경험 안해본 앱 설치 '음식 배달'
'누구나 감염 가능성' 처음 겪어


"선택을 잘못했다." 자가격리 숙소의 문을 열자마자 들었던 생각이었다. 2인용 매트리스가 놓이면 꽉 차는 1.5평의 공간은 꿉꿉한 냄새가 가득했다. 그나마 방 안에 있는 작은 냉장고, 인덕션, 화장실이 자가격리 숙소임을 알려줬다.

지난 15일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원시 보건소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확진자의 맞은편에서 함께 식사를 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방역지침에 따라 자가격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가족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할 경우 말 그대로 '자가격리'는 무리였고, 집 인근 화성의 숙소들은 모두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하루 동안 자가격리하면서 보건소와 협의를 거쳐 부랴부랴 서울 중구의 한 게스트하우스로 결정했다. 이마저도 10여분만 늦게 예약했더라면 놓칠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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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격리 생활 임시시설로 임대해 11일간 격리생활을 한 서울 중구 퇴계로의 한 게스트 하우스 안. 2021.1.27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자가격리 숙소에서의 11일간 생활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재택근무, 배달음식, 온라인 쇼핑이 대표적이다.

특히 처음 집에서 가져온 기본적인 생필품이 떨어지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온라인 쇼핑이 필수가 됐다.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던 배달앱을 설치해 각종 음식을 배달해 먹고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물부터 과일까지 주문했다.

현장을 누비는 사진기자가 오랜 기간 숙소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고통' 그 자체였다. 창문을 열어 종종 환기를 하곤 했지만 1.5평 공간에서 움직일 장소는 마땅치 않았다. 일상의 소중함이 매 순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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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보내준 재해구호물품. 2021.1.27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자가격리 일정을 정하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확진자와 접촉한 기간부터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지, 음성 판정을 받은 날부터인지, 자가격리 숙소에 도착한 날부터인지 보건당국조차도 혼선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날부터로 결정돼 혼선이 해소됐지만 코로나19 검사, 자가격리 숙소 등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일정마저 불안정하면서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다.

서울 중구청 공무원의 안내와 함께 자가격리가 끝이 났다.

숙소에서 사용한 모든 쓰레기들은 중구청에서 제공한 봉투에 담은 뒤 다시 종량제 봉투에 담아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한다. 공무원은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당부와 함께 자가격리가 26일 낮 12시에 종료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홀로 고독과의 싸움에서 해방돼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진기자로서 1년여 동안 누구보다 가까이서 코로나19 현장을 취재했지만 방심하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가 성큼 다가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가족, 직장 동료, 그 외 모든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임열수·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