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경기도는 지난 2019년 예산을 50%씩 부담하기로 하고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국가사무로 전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버스요금 인상에 부정적 입장이던 도는 요금을 올리는 정부 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정부는 도와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올해 정부가 편성한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 지원 예산은 40억5천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소요 예산 135억원의 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도는 27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도의 광역버스 노선 신설 계획도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담금을 둘러싼 정부와 도의 갈등이 심화하는 것과 관련, 경기도의회가 정부에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국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 태도는 수도권 주민의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도의회는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회 상임위를 방문해 입장을 전하고 합의 내용 이행을 요청하기로 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말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국가 사무를 경기도에 떠넘기지 말아달라'고 요구,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합의가 아니라 국비 분담률 상향을 상호 노력하겠다는 것이었을 뿐'이라며 분담금을 추가로 주기 힘들다고 밝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와 도가 분담 예산을 놓고 다투면서 3월부터 추진하려던 도내 6개 시·군 광역버스 신설 시범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도는 해당 지역에 100여대의 광역버스를 투입할 계획이었다. 노선 신설이 무산될 경우 출퇴근 교통수요가 급증하는 이들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재부는 특히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추가 지원 예산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실정으로, 신설 노선 축소 등 광역버스 확충 계획이 정상 추진되기 어렵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부처와 광역지자체가 합의한 사항을 두고 갈등이 심화하고 관련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은 정상이 아닐 것이다. 민선 단체장과 장관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광역버스 노선 신설계획이 어그러지면 불편한 건 공무원이 아니라 주민들이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국정 구호가 무색하다. 시민의 발을 두고 정부가 30억원 남짓한 예산을 못 주겠다며 말을 바꾸고, 지방정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사설]27억원 못 주겠다며 경기도와 싸우는 중앙정부
입력 2021-01-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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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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