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 '특례고용허가제' 정착 못했는데 비자 연장·변경시 소득신고 의무
사업주·노동자도 몰라 과태료 처분… 유명무실 '허가제' 재검토 목소리


H2(방문취업) 비자로 국내에 정착한 고려인들이 법무부 시행규칙 개정으로 불법 취업자로 전락, 과태료 처분에 내몰리고 있다.

근로계약서가 있어야 비자가 나오는 E9 비자 등과 달리 사업주가 신고해야 하는 H2 비자 특례고용허가가 10년 넘게 현장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 법무부가 비자 연장·변경시 소득금액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하면서 그간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까닭이다.

28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으로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외국인등록 및 각종 체류허가 신청시 본인의 직업 및 연간 소득금액을 관할 출입국 등에 신고해야 한다. 취업활동 외국인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개정이 추진된 것이다.

지난 10일 3년 기한의 H2 비자가 만료된 고려인 L(48·우즈베키스탄)씨는 출입국사무소에 비자 연장을 신청하면서 소득금액증명으로 '일용근로소득지급명세서'를 제출하면서 과태료 50만원 처분을 받았다.

H2 비자는 특례고용허가를 받고 일해야 하는데,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 이를 몰랐던 것. L씨는 자진신고 20% 경감으로 과태료 40만원을 내고 비자를 1년 연장했다.

H2에서 F4(재외동포 비자)로 체류자격을 변경하려던 E(41·카자흐스탄)씨도 과태료 40만원을 냈다. 올 초 건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F4 비자로 체류자격 변경을 신청하면서 소득금액증명을 제출했는데, 일용소득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행규칙 개정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지난 12일부터 27일까지 모두 1천935건이다. 또한, H2 비자를 소지한 고려인은 2만5천575명(2020년 10월 기준)인데, 고용노동부가 파악한 H2 특례고용허가(신고) 건수는 3천695건(지난해 12월 말 기준·러시아계만 해당)에 불과했다.

결국 법무부는 일용직으로 취업한 경우 취업개시신고가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1천572건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과태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김준태 고려인단체 '너머' 행정자문은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고 고려인 동포들은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체류자격을 변경하는 고려인 90% 이상은 일용소득이 확인될 수밖에 없다"면서 "뒤늦게 과태료 납부를 면제하겠다고 알려왔지만, 근본적으로는 통역 한계와 법·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유명무실했던 H2 비자의 특례고용허가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