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에 대한 탄핵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탄핵의 당사자인 임성근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 시절 사건 재판장이었던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로부터 판결문을 보고받고 수정하게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임 판사가 재판에 개입하여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지만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헌법 제65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을 때 국회는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야의 법관 탄핵 찬반에는 몇 가지 쟁점과 논리가 있다. 우선 반대 논리를 보면 첫째,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1심에서 법률 위반이 없다는 재판 결과가 나왔음에도 탄핵을 소추하는 게 맞는가이다. 둘째, 퇴임이 2월28일이므로 어차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실효성의 문제다. 셋째, 여권이 최근 정경심, 최강욱 등 친여권인사에게 불리한 재판 결과가 나오자 사법부를 길들이고 겁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다. 넷째, 판결문에 '위헌성'이 지적됐지만 심대한 헌법 위반이 아닌 문제를 탄핵한다면 탄핵을 안 받을 판사가 어디 있느냐는 상황논리다.

찬성 논리를 보면 첫째, 임 판사의 위헌적 행위를 인정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것이다. 둘째,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이 모두 무죄 또는 가벼운 징계에 그쳤으므로 이들이 정의에 반하기 때문에 이를 광정하기 위해서도 탄핵 소추는 무리가 아니라는 논리다. 셋째, 2018년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서 국회 탄핵 소추를 요구한 바가 있고, 법원이 헌법을 어긴 판사를 엄정하게 징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 소추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결국 이 사안도 진영논리를 배제할 수 없는 지경에 왔다. 관점과 소신에 따라 양쪽이 다 일리가 있다. 단 추미애-윤석열 대립이 잦아들었는데 다시 이념적 문제가 결부된 사안이 정치적 쟁점화하는 게 이 시점에서 과연 적절한가의 문제가 남는다. 민생과 방역, 경제 등의 문제도 벅찬데 다시 여야가 민생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적은 사안으로 갈등축이 돌아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가 의결되거나 부결되거나, 이후 헌재의 심판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또다시 정치권은 선거와 함께 갈등의 심연으로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