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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집에 맡겨졌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10세 초등학생이 사흘 전부터 이모 부부로부터 온몸 구타와 물고문 등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 학대 사건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2시 35분께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않는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모부인 A씨였다. A씨 부부는 욕조에 B(10)양을 담갔다 빼는 행위를 하다가 숨을 쉬지 않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 부부는 B양이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해 사흘 전부터 플라스틱 파리채나 플라스틱 빗자루대로 폭행하고 사건 당일엔 욕조에 B양의 머리를 담갔다 빼는 행위를 몇 차례 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오전 B양에 대한 부검 1차 소견에서도 속발성 쇼크사 추정으로 나왔다. B양의 팔에서는 결박 흔적도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온몸엔 멍이 가득했다.

충격적인 소식은 지난 2013년 울산계모 의붓딸 학대치사 사건을 연상케 한다.

울산계모 의붓딸 학대치사 사건은 지난 2013년 10월 24일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에서 8살 C양이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리다 사망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에서 계모는 "딸 아이가 욕조에서 숨졌다"고 119에 신고를 했고, 의료진이 온몸의 멍을 확인하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부검에서 C양의 갈비뼈 24개 가운데 16개가 부러지는 등 직접적인 사인이 나오면서 계모는 항소 끝에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2심 법정은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중 살인죄가 적용된 첫 사례였다.

매년 학대로 숨지는 아동은 수십 명에 이른다. 일부는 언론보도로 세상에 알려져 지탄과 안쓰러움을 남기지만, 대부분은 그저 묻힌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자 수는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2019년 42명에 달한다. 아동학대 판정 건수도 2016년 1만8천700건에서 2019년 3만45건으로 늘었다.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건을 막기 위해 전문가는 훈육에 대한 재인식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최근에 무더기로 쏟아지는 사례를 보면 아동 학대 사건은 사회 안전망으로 선제 보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부모 스스로 개인의 인식 개선을 위해 힘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