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 "서울·세종 집값버블 위험
주택금융 소비자 피해 최소화 해야"
국회예산처 "새통화 정책 찾아야"

낮은 금리를 바탕으로 형성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단계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정부 산하 공공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다.

국토연구원은 이달 초 '글로벌 주택 가격 상승기의 금리 정책과 주택 금융 시장 체질 개선 방향'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세계 주택 가격 상승의 주원인은 낮은 금리와 (이로 인한) 유동성 증가다. 주택 금융 정책 방향은 '단계적 금리 인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연은 "한국 시·도별 버블 위험을 추정한 결과, 일부 지역은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서울·세종은 집값 버블, 경기와 인천 등은 고평가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기도는 지난 2018년 버블 수치가 0.17, 인천은 -0.13으로 '적정 수준'을 보였지만 불과 2년 사이 각각 1.49·1.05로 수치가 크게 뛰었다. 경기도는 수치가 0.01만 오르면 버블(1.5) 위험 단계에 진입한다.

국토연은 "독일 뮌헨(2.35)·캐나다 토론토(1.96)·홍콩(1.79) 등 다른 국가에도 버블 위험 지역이 꾸준히 존재한다. 세계 집값 상승 추세에 비해 한국은 아직 변동 폭이 크지 않지만, 추세를 보면 위험이 더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개발연구원 역시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연초 사이 잇따라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를 경고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금리 인하 등 경제 정책이 실물 경기 회복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통화량을 빠르게 늘려 자산 가격만 상승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금리 인하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금융 시장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통화 정책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들 기관 모두 금리 인하가 유동성 증가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사이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이에 따라 1.75%였던 금리는 0.5%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졌고,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에만 총통화량(M2)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0%나 늘었다. 지난해 1·2분기에는 각각 총통화량이 8.1%·9.7%로 커졌다.

여기에 정부가 코로나19 추경을 통해 4차례나 돈을 풀면서 이런 현상은 급속화됐다. 시중 유동성을 늘려 민간 수요를 촉진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이 돈은 대체로 민간 소비보다는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연결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토연 측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안정과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면서 "단계적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금융 소비자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을 설정해 주택 시장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