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가장 먼저 덮친다. 이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가난하고 힘없고 기댈 데 없는 사람들을 가장 큰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정치나 종교적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나야 했던 난민들에게 '코로나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경인일보가 어제 전한 난민들의 삶은 제목의 느낌 그대로 막막하고 시리기만 하다(2021년 2월16일자 6면 보도). 특히 그들이 겪는 공교육의 현실은 아찔하다.
인천 연수구에서 10살과 8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예멘 출신 난민 인정자는 아이들이 학교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해 낭패를 겪었던 얘기를 들려줬다. "출석 프로그램에 제대로 정보를 입력하지 못해 아들이 결석 처리됐을 때가 가장 서러웠다"고 했다. 온라인 수업 출석 인정을 받으려면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지역, 학교, 학년, 반을 찾은 다음 아이들 이름을 입력해야 하는데,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조손(祖孫)가구 같은 우리네 가정에서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난민들에겐 어땠을까 싶다. "출석 체크에 실패한 뒤 학교 선생님이 화를 내며 전화를 걸어왔다"는 대목에선 난민을 품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한 이주민 관련 단체가 발표한 '인천지역 난민의 생활실태 및 코로나 재난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취학 자녀가 있다고 한 응답자 24명 중 12명은 온라인 수업과 출석에 대한 학교의 안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1명은 학교 출석 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어 결석 처리가 됐다고 답했다. 학교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에도 소극적이고 위축돼있는 아이를 보면 늘 마음이 아팠는데,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이전보다 더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울먹이는 엄마의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아무리 피폐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의 교육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에 직면해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라도 교육의 공백을 막고자 애쓰는 이유다. 초기엔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난민과 같은 '위기의 사람들'에겐 여전히 난관이고 장벽이다. 그들이 이 땅에서 살고 있는 한 그들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온전하게 주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취약한 부문의 시스템을 제대로 보완할 때 비로소 우리도 문명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사설]난민에게 학교 온라인 교육은 '장벽'
입력 2021-02-16 20:24
수정 2021-02-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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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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