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여야가 상대의 흠집을 잡으려는 정치 이슈에 몰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사찰 의혹을 제기하면서 야당 공격과 함께 이명박 정부 때 정무수석이던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국정원 불법 사찰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검찰인사 과정에서 빚어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며 여권내 갈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2014년 국가정보원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이른바 IO(기관정보담당관)들이 정부기관이나 정당, 언론사를 출입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는 진보 정권이라 해서 다르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때는 국정원장이 불법 도청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보수 정권 때의 각종 불법과 잘못에 대한 이른바 적폐수사가 이루어졌지만 이명박 정부 때의 불법 사찰 의혹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문제다. 국민의힘과 보수야권 후보들은 여권이 그동안 잠복하던 문제를 선거를 앞두고 쟁점화하는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사찰 기록이 공개된 건 지난해 말 대법원의 정보 공개 판결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가 정보기관을 동원해 국회의원을 감시하기 위하여 불법 사찰을 지시한 것이라면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야는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을 따질 때가 아니라 국정원이 사찰 자료를 조사·공개·폐기할 법적 근거를 여야 합의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를 박형준 예비후보와 관련시킨다면 여권이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려 문제를 꺼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여야가 사찰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법을 만들더라도 선거 이후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이다. 불법 사찰 문제가 제기된 이상 문제를 덮을 수 없다 하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화한다면 문제의 본질이 가려지고 선거 프레임에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수석 거취 문제는 그의 청와대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인사와 관련하여 야당이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등 이슈의 동력을 살리려 하겠지만 이 문제가 법무부-검찰 갈등으로 재연되면서 선거 쟁점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선거는 서울과 부산의 미래가치와 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