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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인천에서 유학 중인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후손이 수술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연이 알려지자 지역 사회 곳곳에선 너 나 할 것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조국 광복을 알린 3·1절을 며칠 앞두고 당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데 앞장섰던 이들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최재형(1860~1920)선생은 연해주에서 한인 노동자를 돕고 독립단을 조직해 항일 무장투쟁에 나섰던 독립운동가다. 러시아 내 한국 교민단체가 발행하던 신문 '대동공보'가 폐간될 땐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재외 교포와 국내 독자에게 항일 사상을 알리기 위한 의지였다. 그는 1920년 일본군에 붙잡혀 총살당했고, 이후 후손들은 소련 강제이주 정책으로 흩어졌다.

최용규 인천대학교 이사장은 2019년 최재형 선생 직계 후손으로 러시아에 거주하는 초이 일리야 세르게예비치(19)군의 소식을 접하고 그를 독립유공자 국비 장학생으로 인천대에서 공부하도록 도왔다. 일리야군이 한국, 그중에서도 인천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 최재형 선생이 순국한 지 100년가량 지나 후손인 일리야군이 이 땅에서 할아버지의 업적이 어떤 의의를 갖는지 배우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선천적인 질병으로 인해 수술을 앞두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연이 경인일보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이 이야기가 전해진 지 하루 만에 인천시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앞장선 최재형 선생 후손인 만큼 지원할 수 있는 건 뭐든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병원 측은 애초 예상보다 수술비가 2배 넘게 들었지만, 흔쾌히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은 일리야군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자긍심을 높이고 빨리 건강을 되찾길 바란다. 이 땅의 독립 유공자 후손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독립 유공자와 후손들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박현주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