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2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의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하고 직무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16일 사표 제출이 알려진 이후 벌어진 민정수석 사퇴 소동은 일단락됐다. 청와대로서는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 수석이 사의를 굽히지 않음으로써 발생했던 레임덕 논란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쉴지 모르겠다.

하지만 신 수석 사퇴소동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 인사 난맥상은 정권에 상당한 타격을 가한 것도 사실이다. 신 수석이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지난 7일 전격적으로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신 수석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일요일 전격 인사를 전혀 몰랐다고 한다.

실제로 박 장관은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유임하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정수 남부지검장의 자리를 맞바꾸어 영전시켰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이라며 정권과 검찰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밝힌 신년 기자회견의 맥락을 뒤엎는 인사였다. 윤 총장은 이 중앙지검장의 인사를 포함한 자신의 인사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신 수석은 이 인사에 반대했는지는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다만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검찰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인사의견을 개진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문제는 신 수석이 법무부 인사 발표를 전혀 몰랐다는 자체만으로도 정권의 국정운영이 비정상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데 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청와대 비서실을 통해 이루어진다. 모든 정책과 인사가 담당 수석비서관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조정된 뒤 집행된다. 이러한 공적 시스템이 허물어지면 국정에 사적 동력이 개입할 빈틈이 생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은 이 틈에서 발생했다. 신 수석이 우려하고 반발하며 사표를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일 것으로 믿는다. 특히 박 장관의 인사를 대통령도 사전에 몰랐고 사후에 추인했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다.

청와대는 사퇴 소동의 봉합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법무부 검찰인사의 전말을 소상하게 조사해 진상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 권력의 누수는 정권에도 불행이지만, 권력을 무시할 정도의 사적 권력구조가 정책과 인사를 전횡한다면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청와대가 공적 권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