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은 예부터 공동생활권인데
시장 보궐선거 진행·서울시의 행태를 보면
수도권 산적한 공동 난제는 '남의 일' 방치
포스트코로나 대변혁시대 '통 큰 공약'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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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
1년을 끌어온 코로나19 방역 속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은 모름지기 과거 경기도의 한 행정구역이었다. 일제강점기 때는 경성부, 그전에는 한성부로 불렸다. 경기도청 공무원이 서울을 관리했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 시장선거는 경기도와 같은 생활권이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와 지리적 관계가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공통적인 공약과 이슈들이 쏟아질 것이다. 처음 집값 문제가 이슈였으나 교통문제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이유도 그런 연관성 때문이다.

잠은 경기·인천에서 자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 반대로 집은 서울이면서 경기·인천에 일터가 있는 서울 시민. 이들이 뒤엉켜 사는 곳이 서울이고, 경기이고, 인천이다. 원주민도 있지만 팔도 사람이 다 모여 사는 곳이 이 수도권이다.

얼마 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차 타고 다니는 경기도 사람 20%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사람이 경기도로 이동하는 숫자까지 더하면 수도권의 공동체를 더 실감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서울 낙원'을 갈구하는 공약은 쏟아지고 있지만, 만병의 근원인 수도권 주택문제와 생지옥 같은 교통문제, 쓰레기 대란 등 산적한 수도권의 공동 과제에 대해선 아직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득표에 눈이 멀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 수도권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공부가 덜 됐을 수도 있다.

이런 틈을 타고 서울시는 지난 설 명절 즈음에 경기도와 인천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직결(직접연결) 사업을 더는 벌이지 않겠다고 선전 포고했다. 인천과 경기도 김포와 연결하는 서울지하철 5호선, 인천 검단연장사업인 9호선 인천공항 직결, 제2 경인선 사업 등에 예산을 못 주겠다는 것이었다. 속된 말로 '니네'(경기·인천)들이 알아서 하라는 '배째라'식 엄포였다. 2025년 종료를 앞둔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 문제도 거의 같은 식이다. 헐값으로 팔당 상수원 물을 가져다 먹고, 난개발로 쏟아진 쓰레기를 마구 버리면서도 자체 매립지 하나 없는 게 서울이다.

얼마 전 언론에 난 남경필 전 경기지사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과거 그가 던진 '서울광역도' 구상을 한번 되새겨 보았다. 당시 그는 역차별받고 있는 경기도의 현실을 고려해 수도권 규제 철폐를 주장하며 "경기도를 포기할 테니 서울과 합치자"고 일갈했다. 모든 서울 중심의 체계를 흔들어 더 큰 대한민국으로 나가자는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제안이었다. 당시 경기도민들은 '너무 오버한다', '대선 출마용' 이슈라며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였고, 결국 빛을 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지금과 주제는 조금 달랐지만, 현재의 서울, 수도권은 상상을 초월하는 과밀과 혼잡, 무질서와 무방비로 방치되는 모습이다.

세대별로는 20·30세대의 부동산 '영끌투자', 대출이자로 찌든 40·50대 하우스 푸어, 세금 폭탄을 걱정해야 하는 60·70대 노년층이 즐비하고, 지역적으로는 똘똘한 서울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강남으로 몰리는 반면, 변방의 경기·인천은 상대적 박탈감과 양극화의 희생양으로 소외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세상은 바뀌고 있고, 기업들은 새로운 신산업을 찾아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며 코스피 3천시대에 진입했다. '바이 코리아'에서 '프리미엄 코리아'로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고 실제 좋은 기운이 감도는 느낌이다.

가장 먼저 수도권의 변화가 목전에 와 있다. 현재 3개 노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완공되면 서울과 경기·인천은 공간적으로 전철 한두 정거장 차이고, 시간적으로도 10분대 왕래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서울만 지상의 낙원을 만들지 말고 경기·인천과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거당적으로 수도권에 얽힌 난제를 풀어 경기·인천을 포함한 '메트로폴리탄 서울' 구상 같은 거 말이다. 이번 선거는 대선 전초전이기도 하고, 여야 모두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많이 출마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새로운 서울, 미래의 수도권을 위한 '통 큰 공약' 하나 만들어 주기 바란다. 그래야 서울시장선거도 이기고, 내년 대선에서도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