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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 17일 밤 발생한 '광명 흉기 살인사건' 당시 경찰의 신고 접수·지령 전파 등 초동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과정에 신고자가 말한 피의자의 이름 등 핵심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현장에 경찰관이 늦게 도착했고 신고자는 이미 숨진 뒤여서 경찰은 대응 과정에 대한 감찰을 벌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4일 오전 광명 살인사건 대응 과정에 대한 감찰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112신고 접수 요원은 사건 당일인 17일 0시49분께 "이 사람이 칼을 들고 나를 죽이려 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자의 위치를 묻는 접수요원의 질문에 신고자 A(40대)씨는 "모르겠다. 광명인데 ○○○의 집"이라고 답했다. ○○○은 살인 사건 피의자 B(50대)씨로 A씨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112 접수요원은 42초간 A씨와 통화를 하던 중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코드 제로를 발령했다. 코드 제로(Code zero)는 강력범죄의 현행범을 붙잡아야 할 때 발령하는 대응이다.

문제는 접수요원의 코드 제로를 발령하고 지령 요원이 광명경찰서에 상황을 전파하는 과정에 A씨가 언급한 B씨의 이름이 누락됐다는 점이다.

광명경찰서 경찰관 21명은 접수 요원이 A씨의 휴대전화 위치 조회를 통해 확인한 장소로 출동했으나 정확한 주소를 알지 못해 현장을 신속하게 찾지 못했다.

A씨의 휴대전화는 GPS가 꺼져 있었다. 이에 접수요원은 기지국과 와이파이 위치를 통해 얻은 장소의 위치를 전파했다. 오차범위 반경 50~100m 내 660여 가구가 있어 현장 확인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확인이 늦어지자 광명경찰서 112상황실은 경기남부경찰청 접수 요원이 받은 신고 전화 내용을 확인하고, B씨의 이름이 누락된 사실을 알아챘다.

신고 접수 당시 신고자가 불러준 B씨의 이름이 전파 과정에서 누락되지 않았으면 경찰관들이 보다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나오는 지점이다.

곧바로 B씨의 주소지를 확인한 광명경찰서 경찰관들은 신고 접수 50여분 만인 오전 1시40분께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다른 남자를 만나지 말라"고 요구했고 거부 의사를 밝히자 다투고 있었는데, 자신이 담배를 피우러 나간 사이 경찰에 신고한 A씨가 다른 남자에게 전화한 것으로 착각하고 둔기와 흉기로 마구 때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의 주검 상태와 B씨 진술 등을 토대로 신고 전화 직후 피해자가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현장 도착이 신속히 이뤄졌을 경우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감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112 접수 요원과 지령 요원이 업무미숙 상태에서 급하게 상황을 전파하려다 벌어진 일로 보인다"며 "감찰 조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난 경찰관들에 대해선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의 유족은 지난 22일 '사건현장에 늦게 도착해 저희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경찰관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제도의 개편을 요구합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24일 오후 이 청원 참여인원은 3천100명을 넘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