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24대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되었다. 서울상의 회장은 관례에 따라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해 3월24일 의원총회에서 형식적인 추대절차만 남았다.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한데 최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가 경제를 위해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16년 국정농단에 연루되어 삼성, 현대차, SK, LG 등이 탈퇴하면서 재계 대표단체로서의 위상이 실추되었다. 4대 그룹은 문재인 정부와 비공식으로 접촉 중이나 반기업정서를 등에 업은 정부와 여당의 압박에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기업 지원은커녕 기업규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국회에서 줄줄이 통과시킨 데다 현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기업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 대기하고 있어 정부-기업 간 대화 필요성은 더 커졌다.

최 회장은 4대 그룹 최초로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 인물이 됐다. 상의의 위상이 한층 제고될뿐 아니라 4대 그룹 총수들의 '맏형'으로 소통능력까지 겸비했다. 또 61세의 최 회장은 재계 원로들과 젊은 경영자들과의 '가교' 역할은 물론 동반성장과 핵심키워드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도사까지 자임해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최 회장과 함께 할 회장단의 면면을 보면 경제단체가 전통 제조업체의 이익단체라는 편견을 불식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이한주 베스트핀글로벌(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대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 등을 서울상의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젊은 피를 수혈해서 경제단체의 새로운 롤모델로 환골탈태 하겠다는 각오다.

정부와 재계 사이의 새로운 관계설정이 주목되나 '기대 반, 우려 반' 평가도 간과할 수 없다. 대한상의는 전국 73개 상공회의소와 18만개의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이 회원인 탓에 각종 제도와 정책이 회원 업체 간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전경련은 회비를 많이 내는 기업의 의결권 비중이 높지만, 상공회의소는 18만 회원사 모두가 동일 의결권을 지닌 것이다. 국민과 정부, 기업이 소통하는 대한상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