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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사회부 기자
스포츠·연예계 등에서 연일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불거지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학폭에 대한 심각성이 크지 않았던 시절, 5명가량의 또래 친구들이 나와 내 친구를 포함한 이들에게 협박 등을 했던 적이 있다.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는지,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무섭고 억울한 마음에 당시 담임 선생님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는 방패막이 되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상담 사실을 그 친구들이 알게 되면서 늦은 밤 동네 길거리에서 그 친구들 부모님들로부터 '단순한 다툼을 왜 학교에까지 얘기하느냐'라는 등의 말을 들었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집으로 돌아와 우는 모습을 본 엄마가 무슨 일인지 물어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께 했던 도움 요청도 흐지부지된 채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10년을 훌쩍 넘기면서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가끔 SNS로 그 친구들의 일상을 마주할 때마다 그 당시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무기력했던 내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부 연예인과 운동선수가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가해자는 처분을 받고 끝이겠지만, 피해자는 치유될 때까지 오랜 기간 또는 평생 그때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꺼내기 어려운 얘기를 털어놓고도 사실 여부를 파악한다면서 2차 가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학교폭력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도 배제해선 안 된다. 그러나 성인이 돼서야 목소리를 낸 이들을 좀 더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게 우선이다. 과거 학교폭력 피해 당시 트라우마를 제대로 치유 받지 못했던 문제를 살피고, 현재는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다.

/신현정 사회부 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