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피 현금받는 캐디 "그동안 세금 안냈는데 가입하면 돈만 나가"
골프장경영자도 '보험부담' 이유 반대… 정부, 11개 직종만 의무화
노동계 "일부 의견 근거로 보험 사각지대 만들어선 안된다" 비판


4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특수근로형태종사자(이하 특고)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도입했지만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등 일부 직종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캐디피를 현금으로 받는 캐디 특성상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는데 고용보험 가입 시 소득세를 내야 해 오히려 실질임금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 15일 고용보험위원회를 열어 특고를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사항'을 의결했다.

현행 고용보험이 임금근로자 중심으로 운영돼 정작 고용 안전망이 필요한 특고는 고용보험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오는 7월부터 보험설계사, 신용카드·대출 모집인, 학습지 교사 등 11개 직종 종사자는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그러나 기존 안에 포함돼 있던 골프장 캐디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사자인 캐디는 물론 골프장 경영자들까지 고용보험 의무 가입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캐디들은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경우 그동안 납부하지 않던 소득세가 발생해 실질소득이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4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캐디 1명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은 국민연금 15만원, 건강보험료 11만1천원, 고용보험료 2만6천원 등 연 500만원 가량이다.

이 경우 향후 실직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당장 매월 받는 임금이 한 달에 40만원 이상 줄어들게 된다.

현직 캐디 태모(37)씨는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실이 득보다 많다"며 "세금으로 받는 법적 보호는 미미하고 돈만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장 경영자 역시 캐디 한 명당 임금의 0.8%에 달하는 고용보험료 부담과 캐디피 구인난 심화를 이유로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의 캐디는 약 3만~4만명으로 전국적으로 1만~2만명이 모자란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계는 정부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계자는 "정부가 일부 캐디와 골프장 경영자들의 의견만을 근거로 캐디를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제는 대통령의 약속인 만큼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파주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하던 배모(27)씨가 관리자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했지만 근로기준법상 캐디는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A씨에게 처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