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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 기자
며칠 전 부천지역에 있는 한 요양병원 원장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당장 내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받아야 하는데 전용냉장고에 알람 온도계를 부착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첫 접종을 앞둔 지난 23일 '코로나바이러스-19 예방접종사업 지침'을 내놨다. 이 지침은 지역 보건소와 요양병원 등 접종시설에 전달됐다. 해당 지침을 보면 백신 보관 방법으로 냉장고 내부온도 유지가 중요하기에 24시간 관찰할 수 있는 디지털 온도계 및 온도 일탈 시 알람기능이 있는 온도 확인 장치(알람 온도계)를 부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요양병원 등 일부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에선 50만원이 넘는 알람 온도계 구매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급작스런 지침이 내려진 탓에 혼선을 빚고 있다. A원장은 "백신을 받지 않을 수도, 그렇다고 정부 지침을 지키지 않을 수도 없어 참 난처하다"면서 "알람 온도계 구매 비용 25만원 정도가 국비로 지원된다고는 하는데 구매과정도 쉽지 않다. 일단 백신은 받겠지만, 이렇게 중요한 국가 중대사를 무책임하고 조급하게 처리하는 처사에 기가 찬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일부 보건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알람 온도계를 빨라야 3월 초에나 부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애초 예상보다 빠르게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알람 온도계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게 보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백신 접종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첫 번째 접종을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인 지침마저 지켜지지 않은 채, 아니 이를 지키지 못한 채 백신 접종이 진행된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마련한 지침이 일선 현장에 혼란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 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