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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변한 장미 코로나19로 화훼산업이 급격히 침체 되며 고사위기에 놓인 고양시 대화동의 한 화훼농가가 출하를 포기한 채 누렇게 시든 장미밭을 방치하고 있다. 2021.3.1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국내 물량 80%가 '경조사용' 소비
코로나 탓 거래량·가격 20~30% ↓
졸업시즌 등 대목에도 출하 못해
재배 하우스 난방비 감당 어려움
"수지타산 안맞아 폐기처분" 눈물


재배 면적과 농가 수 등이 모두 전국 1위 수준인 경기도 화훼산업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탓에 꽃다발이 사라진 비대면 졸업식과 잇따라 취소되는 지역축제 등의 영향이다.

국내 화훼물량 80%가 경조사용으로 소비되고 나머지 20%만 가정용으로 팔리는 등 꽃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현금 거래를 주로 하는 경기도 곳곳의 유사도매시장 등 불투명한 유통구조도 꽃 시장 침체를 부추긴다.

5년 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어려움을 겪어오던 가운데 코로나19 등 각종 악재까지 덮친 경기도 화훼산업 실상을 들여다보고 해결 방안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지난달 26일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의 6천600㎡ 규모 농가에서 장미를 키우는 백모(65)씨는 장미밭 절반가량을 휴면 상태로 방치하고 있었다. 연중 대목인 지난 2~3월 전부 팔았어야 할 장미를 출하조차 못하면서다.

추워지는 날씨에 지난해 10월부터 하우스 내부 온도를 섭씨 20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뚝 떨어진 매출에 3천300㎡당 500만원에 달하는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하우스에 남아 누렇게 시든 장미를 보며 백씨는 "자식 같은 장미를 그대로 폐기 처분해 안타깝지만 수지 타산이 안 맞는 걸 어쩌겠냐"며 눈물지었다.

전날 자정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을 찾은 농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수개월간 자식처럼 키운 꽃을 공판장에서 제값도 못 받고 넘겨야 하는데 이마저 거래량이 줄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화훼 공영 유통량의 60%를 차지하는 이곳 양재 꽃 시장도 코로나19 직격탄에 침체기를 맞으며 절화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감염병 확산세 이전보다 20~30% 줄었다.

예년 같았으면 자정에 시작해 오전 5시쯤 마감됐을 절화류 경매가 이날은 두 시간이나 더 빨리 끝났다.

이날 공판장에서 만난 양모(48·파주 꽃 농장)씨는 "이대로라면 꽃을 직접 키워 출하하는 농가는 모두 고사하고 떼다 파는 중간 상인만 남거나 수입 꽃만 창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지난 2020년 2월 기준 장미 10송이 가격은 6천602원으로 전년 동월(7천712원)보다 14% 떨어졌고 튤립은 43%, 안개꽃은 22%, 백합은 21% 하락했다.

지난해 2월 기준 하루 평균 거래량(절화류) 역시 최근 5년간 2월 평균치보다 33.6% 급감한 11만2천199단에 그쳤다. → 관련기사 3면(['고사' 위기 처한 경기도 화훼산업]시들어가는 농가 현장)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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