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었으나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가덕도 신공항은 경합 지역이던 밀양 공항에 입지조건과 경제성에서 밀리고 결국 김해 신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다. 당시 결정은 권위있는 프랑스 용역회사에 의해 내려진 결정으로서 정부에 의해 최종 확정된 사안이다. 이미 법으로 통과되었으니 지난 과정을 따지는 것 자체가 공허하다. 그러나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이해가 일치된 대표적 사례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은 검찰에게 남겨진 6대 범죄 수사마저 박탈할 심산으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 폐지 법안 등도 밀어붙일 태세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의 의사결정은 최종적으로 시민의 의사를 대신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입법권을 가졌다고 해서 자의적으로 권한을 남용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대의명분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따라서 이해관계의 대립이 첨예한 법률의 제·개정은 시민사회의 숙의를 거쳐 쟁점에 대한 절충과 타협 등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질 때 시민을 대표한다는 대의제의 정신에 부합한다. 표결의 주체는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이지만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므로 선출권력은 국민의 공복에 불과하다.

그러나 요즘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법률 개폐는 지나치게 자의적이다. 유권자에 의해 선택됐다는 것을 마치 시민사회 일반의 의사와 동떨어져도 다수결에만 위배되지 않으면 자의적으로 모든 사안을 처리해도 된다는 생각과 등치시키는 뒤틀린 의식이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적법한 의사진행 과정을 거쳤다고 절차적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선거를 앞두고 보수야당과도 이해가 일치해서 통과시켰지만 정당이 그들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시민사회 일부의 의사를 마치 전체 인민의 의사인 양 오도하고 국회 다수의 힘을 남용하는 것은 합의제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는 토론과 숙의 과정을 생략하고 법을 만들어서 목적을 달성하는 법률 만능주의이자, 입법권 남용이다. 국회가 선출권력이라는 사실은 법을 자의적으로 만들어서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야의 합의가 생략된 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정치는 더욱 경색되고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여야의 각성이 요구되지만 특히 집권여당의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