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구매는 천편일률 여전
"꽃시장이 침체라지만 햇빛 많은 하우스를 장기간 빌려 다육이를 키우는 '키핑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엄인선(39)씨는 지난달 27일부터 화성 향남읍의 1천188㎡짜리 비닐하우스 중 3분의2를 '다육이 키핑장'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한 달 6만~12만원을 내고 다육식물 생육에 적합한 환경의 비닐하우스를 구해서 많은 양을 기르는 '키핑 문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한국 화훼산업이 수년째 내리막길이지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꽃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꿈틀대고 있다.
다육식물 마니아 사이에선 자식 같은 다육이를 집에서 키우면 색깔이 빨갛게 변한다며 별도의 '다육이 키핑장'을 구해 집에서 오가며 키우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다육식물 키핑장은 이미 중국에서도 유명해 단체로 키핑하우스를 들러 마음에 드는 다육이를 직거래하는 관광객까지 생길 정도다.
'퇴근길 꽃 한송이'는 이미 20대 사이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지하철 분당선 미금역엔 퇴근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장미와 카네이션 등 대중적인 꽃을 소량 포장해 파는 꽃가게가 생겨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외에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외로움 해소를 위해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고 '편의점 꽃'과 '꽃 구독 서비스'도 활성화되면서 동네 꽃가게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의 꽃가게는 지난해 2만4천361개로 7년 전인 2013년(1만8천995개)보다 22.0% 증가했다.
반면 공공기관의 꽃 소비 활성화 사업은 여전히 꽃을 일괄 구매해 나눠주는 등 천편일률적이어서 꽃 소비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꽃을 일상에서 소비하는 문화가 태동하고 꽃 시장이 갈수록 세분화, 전문화되는 추세인 만큼 꽃 살리기 사업도 이에 발맞춰 새롭게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