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원부 담당 행정당국 철저검증
임차 단속 외면 농지 대다수 투기용
"보상금 늘리려 희귀종 식재" 분노


LH 직원들 조직적 땅 투기 의혹14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일 오후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667번지 일대에 묘목이 식재되어 있다. 2021.3.3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농사꾼이라면 다 아는 불법행위…단속의지 있나."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에서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사건에 대해 농민들은 하나같이 농지법 위반이라고 입을 모았다.

8일 기자가 만난 농민들은 농지법 위반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투기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고, 투기행위자들의 자백이 없다면 현행법상 사실상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앞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들 직원들이 매입한 땅은 모두 전답이었다.

현행법상 농지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이 합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은 '농지법 제7조 3항에 따라 주말·체험 영농을 하려는 사람은 총 1천㎡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이 총 1천㎡ 이상 농사를 짓게 되면 필연적으로 겸직 금지 및 영리업무 금지 조항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행위에 대해 처벌은 농지법으로 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농지 취득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농지를 투기목적으로 매입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취득과정에서 농지원부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당국의 철저한 검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민들은 "행정기관을 비롯해 농수산물품질관리원 등에서 임차 행위 등에 대한 단속을 외면하면서 농지 대다수가 투기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무늬만 농민들을 가려야 할 행정기관이 이를 외면해오면서 벌어진 투기사건"이라고 했다.

게다가 땅을 매입하고 희귀수종을 빽빽이 심은 사실도 공분을 사고 있다. 토지보상·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LH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한 간부급 직원 A씨는 2017∼2020년 광명·시흥지구 내 토지를 매입해 밭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희귀수종으로 꼽히는 왕버들 나무를 심었다.

이에 한 감정평가사는 "수종 밀식은 딱 보면 티가 난다"며 "수종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길이 0.5m 안팎의 묘목을 기준으로 1∼1.5m 간격으로 심겨 있으면 밀식으로 판단하고 감정평가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A씨가 심은 나무가 희귀수종이다 보니 보상에 대한 자료와 근거가 부족해 보상금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선수'가 아니면 벌일 수 없는 일이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조사자의 재량에 따라 보상금이 상이하게 매겨질 가능성도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도 현실에서 규정을 회피할 방법을 잘 아는 LH 직원이 더 많은 토지보상금을 노리고 벌인 일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귀덕·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