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여성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8일 한목소리로 성평등과 여성 노동권 보호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은 세계 여성의 날 113주년이었다. 1908년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벌인 대규모 시위를 기념하는 날이다. 여성들이 성 차별 없는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위한 정치 참여의 역사가 1세기를 훌쩍 넘은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경제 강국인 대한민국 여성들은 여전히 여성 차별 철폐를 호소하고 있다.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시민단체들은 이날 경기도청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단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여성에게 특화된 돌봄 노동 현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했다. 가정 폭력에 방치된 장애 여성의 실상도 드러냈다. 돌봄의 사회화·공공성 확보, 여성 노동자에 대한 모든 차별 중단, 젠더 폭력 근절 등 10개 요구안도 발표했다.
민주노총도 "코로나 시대 정부의 여성 고용 대책은 저임금과 단기 일자리 등 불안정 고용의 형태로 채워져 있다"며 여성 정규직화의 확대와 청년 여성 일자리 보장을 요구했다. 한 시민단체가 밝힌 코로나 시대 여성 자살률 폭증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자살자 숫자에서 남성은 8.9% 감소한 반면 여성은 4.8% 늘었고, 20대 여성만 보면 2019년 상반기 대비 지난해 자살자가 43% 증가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재난의 경제적, 정서적 고립이 청년 여성에 집중됐다는 주장이다.
사회적 재난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코로나 재난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로나 발생 이후 1년여 동안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직접적인 피해에 노출됐다. 자영업자들은 생계의 위협에 몰렸고, 대면 산업 현장의 위축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실직했다. 이런 취약계층 내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피해가 심각하다는 진단과 통계는 차고 넘친다.
우리 사회도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많은 예산과 정책을 투입하고 법률을 개폐해왔다. 여성의 권리 보호가 지나쳐 역차별을 우려하는 남성들이 반발할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 재난으로 약자부터 시작된 피해가 여성에게 집중되는 상황은, 우리 사회의 여성 권리 보호 의식과 시스템이 그만큼 박약하고 허술했다는 증거이다. 정부는 코로나로 드러난 성평등 의식과 정책과 법률의 구멍을 남김없이 메우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설]'세계 여성의 날' 차별 철폐 호소한 여성단체들
입력 2021-03-08 20:36
수정 2021-03-0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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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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