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아끼기 위해 3~4명 집단거주
마스크 제대로 안쓴 모습 목격되기도
식품판매점 등 손님 발길 '뚝 끊겨'
일반 주민들 '불신의 장벽'도 높아져
동두천발 외국인 근로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세가 가파른 가운데 11일 오후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외국인근로자가 생활치료센터로 대거 이송된 후 텅 빈 동두천시 보산동 장고갯로.
코로나19가 집단 발생한 보산동 주택가는 지난 1970년대 일명 기지촌 여성들이 기거했던 구옥형태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골목마다 중고가전 물품들과 단거리 이동용 자전거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중소마트나 식품판매점, 미용실, 잡화점에도 손님의 발길은 사실상 뚝 끊겨 흡사 '폐허' 같은 풍경이다.
아프리카계 근로자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이 일대는 통상 가구당 5~6개 방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 방에 3~4명씩 집단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월평균 임차료 15만~20만원을 3~4명이 나눠 내는 등 숙식을 공동으로 해결하고 있다.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마스크조차 제대로 쓰지 않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외국인으로 인한 지역내 전파가 어린이집으로 옮겨붙으면서다. 직장에서 감염된 부모는 자녀에게 옮기고 이 자녀는 어린이집에 전파함에 따라 일반 주민들은 외국인을 상대하기를 꺼리는 등 불신의 장벽이 높아가고 있다.
동두천에 등록된 외국인만 3천966명으로 파악된다. 보건당국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에도 불법체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거주지를 이탈한 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돼 코로나 19 감염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보산동서 식품업소를 운영하는, 한국에 온 지 16년 된 스리랑카 출신 말라(38)씨는 "평소 아프리카인 고객이 많았는데 코로나19 집단 발생 이후 손님의 발길이 끊겨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었고, 마트 사장인 주민 A씨는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사각지대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전예방조치를 하지 않아 이 사태까지 빚어졌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지난 1일 동두천서 코로나19 선별검사로 84명이 확진된 것을 시작으로 열흘 만인 10일까지 165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으며 연천 등 인근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무증상을 보이던 외국인 근로자 확진자가 모두 186명으로 최종 집계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동두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