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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화성시 황계동. 수십년간 군사시설 주변에서 거주한 주민들의 정서적·육체적 피해를 회복한다는 취지로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공군제10전투비행단의 부동의로 청운제수변공원 조성과 도시재생어울림센터 건립에 제동이 걸렸다. 2021.3.11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여주 능서면, 항공기 소음 피해 호소
화성 황계동, 軍 반대로 뉴딜 제동
주민 "나중에 온 군부대가 주인행세"


군 사격 훈련장 인근 경기북부 주민들이 겪는 피해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 남부권에서도 군사시설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 경인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도내 군 사격 훈련장 388개소 중 한강을 기준으로 328개소가 북부권에 있으며 60개소는 남부권에 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도 북부가 1천823㎢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남부는 446㎢로 보호구역 규모가 적은 편이다.

사격 훈련장의 개수와 보호구역 규모는 북부권에 비해 남부권이 작지만 군사시설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겪는 재산 피해와 건강권 침해는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남부권의 대표적인 사격 훈련장은 지난 1957년 설치된 여주시 능서면 백석리 공군전투기사격장이다. 이곳은 수원 공군제10전투비행단 기지에서 출격한 공군전투기의 사격훈련이 이뤄지는 곳으로 훈련이 잦진 않지만, 항공기 소음이 종종 발생한다는 민원이 있었다.

수원 제10전투비행단과 맞닿은 화성시 황계동 마을은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는데, 부대장의 동의를 얻지 못해 청운제수변공원 조성과 도시재생어울림센터 건립 등 일부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부대 탄약고와 사업지가 1㎞ 이내로 인접해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게 부동의 사유로 전해졌다.

이 탄약고에는 주한미군의 열화우라늄탄 133만발도 보관 중이다. 열화우라늄탄은 우라늄을 핵무기나 원자로용으로 농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화우라늄을 탄두로 만든 포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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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화성시 황계동의 한 주민이 열화우라늄탄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공군제10전투비행단의 탄약고 쪽을 가리키고 있다. 2021.3.11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주민들은 탄약고 주변의 위험성을 우려한 탓에 수십년간 재산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전투기 소음으로 내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보상 차원으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뉴딜사업조차 군부대 부동의로 지연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황계동 마을주민 김모(78) 할머니는 "21살 때 시집와서 뜨고 내리는 전투기 소리에 너무 놀랐는데 평생 듣고 살아야 했다"며 "마을이 먼저 있었고 군부대가 나중에 들어와 탄약고를 설치한 것인데 (군부대가) 주인행세를 한다"고 말했다.

황계마을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을 진행하는 화성시 관계자는 "군과 실무 협의를 진행해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접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래·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