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 사건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0일 한 농민단체가 청와대 시위에서 내놓은 충고가 예사롭지 않다. 충고라기 보다는 이번 투기행위에 대한 원인과 답에 가까워서다. 농민단체 연대체인 '농민의 길'(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가톨릭농민회·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이 결성한 연대체)'은 이번 투기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현행 '농지법'을 꼽았다. 경인일보가 연속해 보도하고 있는 '농지법이 답이다(3월 10일·11일자 7면)' 기획 보도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 헌법 121조는 경자유전 원칙을 명시했지만, 농지법은 영농계획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어 헌법 원칙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농지법상 가짜 농민으로 확인되면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자체나 농지를 관리하는 국가기관에선 실제 영농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상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인력난을 핑계로 서류상 관리만 할 뿐이다. 농지법이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농민의 길은 정부가 농지 소유 실태 전수조사를 즉각 시행하고, 농민이 아닌 사람이 불법 소유 중인 농지를 매입해 농지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가짜 농민을 가려내야 투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생 농업에 종사해 온 전문가의 현장진단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신청해야 하는 '농업경영체등록정보'에 대한 전수조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농업경영체정보에는 경작농지 면적, 종사일, 농산물 판매액 등의 조건 등이 담겨있다. 농업경영체등록정보는 쌀 소득 보전금, 경영 이양 보조금, 밭농업직불금, 유기질비료 지원금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근거 서류로 이용된다. 반대로 숨겨진 투기행위를 찾아내는 핵심카드가 될 수도 있다. 현행 농지법상 가짜 농민으로 밝혀지면 농업경영체 자격이 취소된다. 토지를 매각해야 하고 농지법 책임도 져야 한다.

경인일보는 앞서 일선 지자체가 농지원부를 전수조사해 가짜 농민을 찾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가 망설이고 있는 농지원부 전수조사와 함께, 농민단체가 제안한 농영경영체등록정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즉각 결단해야 한다. 투기세력이 암약하는 사각지대를 외면하면 정부합동조사는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다.